앞의 두 사례는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유해물질을 다루던 일을 그만두고 검사값도 낮아진 사람은 어떨까요?
2000년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는 과거 유기납 제조 노동자 535명과 대조군 118명을 대상으로 4년에 걸쳐 신경행동검사를 반복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직업적 납 노출이 끝난 지 평균 16년이 지났고, 연구 시작 당시 혈중 납 농도도 낮았습니다. 연구진은 정강뼈에 남아 있는 납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거에 축적된 납의 수준을 추정했습니다.
과거 노동자들은 대조군보다 일부 기억·학습 검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수행 변화가 좋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 안에서도 과거 누적 노출을 반영하는 뼈의 납 지표가 높을수록 일부 검사 점수의 저하가 더 컸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정강뼈의 추정 최고 납 농도가 15.7 μg/g 높을 때, 여러 신경행동검사에서 나타난 연간 저하가 연구 시작 시 연령이 5세 더 많은 것과 평균적으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검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낮은 혈중 농도만으로 과거 노출의 영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깁니다. 납 노출이 끝난 뒤에도 건강영향이 계속 진행될 수 있을까요?
만약 과거에 발생한 신경계 손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면, 노출 노동자들의 검사 점수가 낮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조군과 비슷한 속도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일부 기능이 대조군보다 더 빠르게 저하됐고, 과거 누적 노출이 많을수록 저하 정도도 컸습니다. 관찰된 연관성만으로 노출 중단 이후에도 납에 의한 신경손상이 계속 진행된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과거 납 노출의 영향이 단순히 고정된 후유증으로 남는 데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장기적 영향을 이해하려면 혈액과 뼈에 남아 있는 납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독성물질질병등록청(ATSDR)에 따르면, 성인 혈액에서 납의 반감기는 대략 한 달이지만, 뼈에 축적된 납은 수십 년 동안 남을 수 있습니다. 성인의 체내 납 대부분은 뼈에 저장되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혈액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혈중 납 농도는 최근 노출을 평가하는 데 유용하지만, 과거에 축적된 전체 납의 양을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2005년 발표된 한국 납 노출 노동자 추적연구에서는 현재 및 과거 납 노출 노동자 가운데 576명의 신경행동검사 결과를 반복해서 분석했습니다. 혈중 납 농도는 연구 시작 당시의 신경행동검사 점수와 관련이 있었던 반면, 정강뼈의 납 농도는 이후 일부 검사 점수가 저하되는 정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최근 노출과 누적 노출을 반영하는 지표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재의 낮은 혈중 납 농도는 과거 노출이 적었다거나 그 영향이 모두 사라졌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오래전에 노출된 노동자의 건강을 해석할 때는 현재의 검사값뿐 아니라 과거의 노출과 이후 건강기능의 변화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