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업성 자외선 노출과의 관련성이 비교적 분명하게 보고된 것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을 포함한 비흑색종 피부암입니다. 흑색종은 강하고 간헐적인 노출과 일광화상 등 여러 노출 양상이 함께 작용해 직업성 노출과의 관계를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위의 WHO·ILO의 체계적 문헌고찰도 흑색종과 비흑색종 피부암을 나누어 검토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피부가 검게 탔다는 사실만으로 피부암 고위험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부형과 근무기간, 일광화상 경험, 업무 밖의 노출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다만 피부의 그을림은 업무 중 상당한 자외선 노출이 반복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요원을 곧바로 흑색종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기보다, 업무 중 누적 자외선 노출을 확인하고 줄여야 할 집단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워터파크 안전요원의 노출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워터파크와 수영장의 안전요원은 자외선 노출을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자외선이 강한 계절과 시간대에 야외에서 일합니다. 높은 감시대처럼 정해진 위치를 떠나기 어렵고, 피부 노출 면적도 클 수 있습니다. 물과 밝은 바닥에서 반사된 자외선도 노출에 더해질 수 있습니다.
스페인의 해변 안전요원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전년도 여름에 통증을 동반한 일광화상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이 77%였습니다. 개인 선량계를 착용한 일부 안전요원에서도 근무 중 높은 자외선 노출이 측정됐습니다. 다만 한 지역에서 시행된 단면연구이며, 개인 노출량을 측정한 대상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일광노출은 워터파크 안전요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건설노동자, 농어업인, 환경미화원, 도로관리 노동자, 배달노동자처럼 한낮에 야외에서 오래 일하고 그늘을 선택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게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차단제보다 먼저 필요한 조치
자외선 관리를 노동자가 차단제를 잘 바르는지에만 맡기면 예방 책임이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먼저 업무를 실내나 그늘로 옮길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의 작업을 줄이고, 감시 위치와 휴식을 순환하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그다음 피부를 덮는 가벼운 작업복과 챙이 넓은 모자, 목과 귀를 가리는 장비,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안경을 제공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이러한 조치를 보완하는 수단입니다.
호주와 독일의 산업안전보건 지침도 그늘 설치와 작업시간 조정 같은 조치를 개인보호조치보다 먼저 적용하도록 안내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에 젖는 업무에서는 차단제를 다시 바를 시간과 장소도 마련해야 합니다.
폭염규제와 달리 남아 있는 자외선 관리 기준
체감온도와 자외선지수는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날씨가 덜 덥더라도 자외선은 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염 관리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자외선 관리까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상청은 자외선지수를 낮음부터 위험까지 다섯 단계로 제공합니다. 이 지수는 작업시간과 보호조치를 정할 때 참고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별도의 작업중지 기준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수치 기준이 부족하더라도 자외선 노출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업장은 위험성평가를 통해 노출 시간과 작업 조건을 확인하고, 자체 관리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자외선 관리
산업보건실무자는 자외선지수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작업자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야외에 머무는지, 그늘이 실제 작업 위치와 가까운지, 작업 위치를 순환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안전요원처럼 시야 확보가 필요한 업무에서는 차양막이 감시를 방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보호복은 피부를 가리면서도 열이 지나치게 축적되지 않는 재질이어야 합니다. 보호복이 열을 가두면 노동자의 열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단제 지급 여부뿐 아니라 재도포가 가능한 휴식시간과 장소, 보호장비 착용 교육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노출을 줄이는 조치와 함께 피부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안내도 필요합니다. 낫지 않는 상처나 반복되는 딱지, 크기나 모양이 변하는 병변이 있는 노동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직업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노동자의 검게 탄 피부가 피부암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업무 중 반복되는 자외선 노출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습니다.
햇빛에는 건강에 필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동시에 장시간 누적되는 태양 자외선은 사업장이 관리해야 할 직업성 발암요인입니다. 그늘과 작업시간 조정, 보호복, 차단제, 자외선지수 확인을 함께 적용해야 합니다.
야외에서 일한 흔적이 노동자의 피부에만 남지 않도록, 자외선 노출도 위험성평가와 작업관리 안에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