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오이레터 에디터 육지후입니다. 오늘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회복약처럼 쓰이는 커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최근 연구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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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깨려고 마시는 커피, 계속 마셔도 괜찮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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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새벽을 여는 캔커피, 제조업 공장의 휴식 시간을 채우는 믹스 커피, 그리고 사무실의 오후를 버티게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는 기호식품을 넘어 노동자의 혈관을 흐르는 '검은 연료'같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으신가요 – “직항 여객기가 없을 정도로 먼 나라에서 온 과일의 씨앗을 구워서 우려낸 검은 물을 마셔도 내 몸은 괜찮은 걸까?” 오늘 오이레터에서는 이 질문에 심혈관계에 집중해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 기초해서 대답해 보겠습니다.
커피와 심혈관 건강
1980~90년대만 해도 커피는 심혈관질환의 유해 인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연구들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흡연', '운동 부족' 같은 교란 변수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2014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 연구[i]에 따르면 하루 평균 3잔을 마시는 군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군에 비해 뇌심혈관질환 발병의 상대위험도(Relative Risk)가 0.85 (95% 신뢰 구간 0.80-0.90)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상대위험도 이야기가 몇 차례 나오는데, 상대위험도 0.85는 위험을 약 15%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혈압과 커피 섭취 간의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섭취 직후에는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성이 생기는 현상이 보고됩니다. 2023년 이 주제에 대해 이루어진 메타 분석 연구[ii]에서는 코호트 연구군은 상대위험도 0.93(0.88-0.97), 단면연구군은 상대위험도 0.79(0.72-0.87)로 커피 섭취가 고혈압 발병의 위험을 감소시켰습니다. 고혈압 환자에서도 하루 1~3잔의 섭취는 혈압 조절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iii].
제2형 당뇨병과의 관계는 더 명확하며 용량-반응 관계가 관찰됩니다. 해당 주제에 대해 2018년의 체계적 고찰연구[iv]에 따르면 합산 상대위험도는 0.71(0.67-0.76)이었고 아래 그림1에서 보이듯이 한 잔당 약 6%의 상대위험도 감소를 보였습니다. 디카페인 커피에서도 비슷한 관계가 관찰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i] Ding, Ming, et al. "Long-term coffee consumption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a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prospective cohort studies." Circulation 129.6 (2014): 643-659.
[ii] Haghighatdoost, Fahimeh, et al. "Coffee consumption and risk of hypertension in adult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Nutrients 15.13 (2023): 3060.
[iii] Surma, Stanisław, and Suzanne Oparil. "Coffee and arterial hypertension." Current hypertension reports 23.7 (2021): 38.
[iv] Carlström, Mattias, and Susanna C. Larsson. "Coffee consumption and reduced risk of developing type 2 diabetes: a systematic review with meta-analysis." Nutrition reviews 76.6 (2018): 395-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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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C, Mattias, and S. Larsson에서 발췌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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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섭취는 부정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언급되어 왔습니다만, 최근 연구의 결과를 보면 더 고민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비록 체계적 고찰이 아닌 단일 코호트 연구이긴 하지만 2023년 영국 바이오뱅크를 이용한 연구[i]에서 하루 2~5잔의 커피 섭취는 부정맥과 각 분류(심방세동/조동, 상심실성 빈맥, 심실빈맥/세동)의 위험을 상당히 줄였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연구에서는 커피 종류를 원두커피, 인스턴트 커피, 디카페인 커피로 나누었는데 디카페인 커피만 부정맥 감소와 연관이 없었습니다. 같은 연도에 NEJM에 발표된 CRAVE Trial 실험 연구[ii]에 따르면 커피 섭취는 심방조기박동(APC)이나 상심실성 빈맥(SVT)의 증가와는 관련이 없었으나, 심실조기박동(VPC)은 증가시켰습니다.
[i] Chieng, David, et al. "The impact of coffee subtypes on incident cardiovascular disease, arrhythmias, and mortality: long-term outcomes from the UK Biobank." 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29.17 (2022): 2240-2249.
[ii] Marcus, Gregory M., et al. "Acute effects of coffee consumption on health among ambulatory adults."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8.12 (2023): 1092-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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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장수하는 습관이라고?
상기의 결과들을 포함해 다른 신체 계통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커피는 '장수'와도 연결됩니다. 2019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i]에 따르면 커피를 하루 3.5잔씩 꾸준히 마시는 군은 마시지 않는 군에 비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 상대위험(RR)이 0.85(0.82-0.89)로 낮았습니다. 그림 2와 같이 이 보호 효과는 하루 3.5~5잔에서 가장 강력하며, 5잔을 초과하여 마신다고 해서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제2형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자료로 분석한 2021년 메타분석에서는[ii] 그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매일 4잔의 커피를 마시는 군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의 위험비(Hazard Ratio)는 0.79 (0.72-0.87) 였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위험비는 0.60 (0.46-0.79)으로 유의미하게 위험이 낮았습니다
[i] Kim, Youngyo, Youjin Je, and Edward Giovannucci. "Coffee consumption and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a meta-analysis by potential modifiers." European journal of epidemiology 34.8 (2019): 731-752.
[ii] Shahinfar, Hossein, et al. "Coffee consumption and cardiovascular diseases and mortality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 systematic review and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 Nutrition, Metabolism and Cardiovascular Diseases 31.9 (2021): 2526-2538.
그림 2. Kim, Youngyo, Youjin Je, and Edward Giovannucci에서 발췌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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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유익한 성분들
커피가 어떻게 우리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주요 물질을 통해 짚어봅시다.
- 폴리페놀 (Polyphenol) : 우리 몸속에 '항산화 방어 시스템'의 스위치를 직접 켜주는 성분입니다. 세포가 산화되어(즉, 녹슬어) 노화되거나 병드는 것을 강력하게 막아주는 '천연 방패' 역할을 합니다.
- 알칼로이드 (Alkaloid) : 인슐린이 제 역할을 잘하게 도와서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아줍니다. ‘오토파지(Autophagy)’라고 불리는 세포 내 쓰레기 재활용 기능을 활성화해, 세포 속을 깨끗하게 비워내는 데 도움을 줍니다.
- 멜라노이딘 (Melanoidins) : 생두를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성분입니다. 항산화 효과는 물론, 우리 장 속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해서 장 건강에도 긍정적입니다.
- 디테르펜 (Diterpenes) : 간이 독소를 분해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해독 작업을 활성화 해 발암물질을 제거합니다. 그러나 디테르펜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있으니, 이를 줄이고 싶다면 필터를 거친 커피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담배와 커피의 엇갈린 길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져봅니다. 담배와 커피의 주성분(니코틴과 카페인)은 둘 다 식물이 벌레를 쫓기 위해 만든 '식물성 알칼로이드' 독성 물질입니다. 그런데 왜 하나는 발암물질의 대명사가 되고, 다른 하나는 건강식품으로 여겨질까요?
- 흡수 경로의 차이:담배 연기는 폐로 들어갑니다. 폐는 효과적인 기체 교환을 위한 얇은 막으로 되어 있고 대사적 보호막이 없습니다. 폐에 노출된 독성 물질은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되어 전신 순환으로 직행합니다. 반면 커피는 소화기의 흡수 과정을 통해 간으로 들어갑니다. 간에서 독성 물질을 분해·변환할 기회가 있습니다.
- 준비 과정의 차이: 담배는 태워서 핍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에는 없던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됩니다. 반면 커피는 볶습니다(로스팅). 적당한 온도의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앞서 언급한 멜라노이딘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생성됩니다. 즉, 우리는 커피를 통해 독을 약으로 '요리'해서 마시는 셈입니다.
올해 초에 발표된 한 연구[i]에 따르면 커피의 건강 이점은 하루 종일 마시는 것보다 오전에 마시는 경우에 더 크다고 합니다. 내일 오전은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건강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커피가 주는 향과 맛, 잠깐의 휴식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입니다.
[i] Wang, Xuan, et al. "Coffee drinking timing and mortality in US adults." European heart journal 46.8 (2025): 749-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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