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교대근무는 심혈관계 질환 사망을 20% 증가시킨다
교대근무자는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약 20% 높습니다. 이 효과는 야간교대근무에 5년 이상 종사했을 때 나타나며, 첫 5년 이후 추가 5년마다 약 7.1%씩 위험이 증가합니다. 물론 개인의 특성, 기저질환, 연령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교대근무가 단순히 건강을 악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점입니다.
Shift work and the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including dose-response relationship. 2018
Shift work and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morbidity and mortality: A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cohort studies. 2018
야간교대근무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기전
야간교대근무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가장 직관적인 경로는 야간교대근무가 나쁜 생활습관—신체활동 부족, 흡연, 음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매개로 심혈관계 사망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 효과 외에도 야간교대근무로 인한 생체리듬 교란이 심혈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글은 바로 이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생체리듬 교란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가?
최근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약 88,905명(평균 연령 62.4 ± 7.8세, 여성 57%)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1주일 동안 손목 착용 광센서를 통해 조명 노출 데이터를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주기 리듬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평균 8.0년(표준편차 ±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3,7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야간근무자로 추정되는 집단(야간 빛 노출 수준이 전체 연구대상자의 90~100백분위수에 해당)은 대조집단(0~50백분위수)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이는 성별, 나이, 인종, 사회경제적 요인, 신체활동, 흡연, 알코올 섭취, 사회활동, 도시 거주 등을 모두 보정한 후에도 사망 위험이 33% 높았습니다. (보정 후 위험비(HR) 1.33, 95% CI 1.06~1.68)
Brighter nights and darker days predict higher mortality risk: A prospective analysis of personal light exposure in >88,000 individuals. 2024
Light Exposure at Night and Cardiovascular Disease Incidence. 2025
심혈관 질환의 기저 상태인 죽상동맥경화증
야간교대근무로 인해 심혈관 질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병리학적으로 야간교대근무가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촉진하거나 취약한 동맥경화반 파열을 촉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20~30대 초기 성인기에 이미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40~50대 중년기가 되면 진행된 동맥경화반 단계로 발전합니다. 이때 혈관 협착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파열 가능성이 높은 취약한 동백경화반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진행 정도는 유전적 요인, 생활습관, 기저질환 상태에 따라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은 동맥 내막에서 시작되는 지질 축적과 만성 염증이 결합된 전신성·진행성 혈관 질환입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의 영어 용어인 'Athero-'는 동맥을 의미하는 'arterio-'와 다릅니다. 'Athero-'는 그리스어 athḗrā(ἀθήρα)에서 유래한 단어로 '죽과 같은 부드러운 찌꺼기'를 뜻합니다. 'sclerosis'는 '경화', 즉 '딱딱해짐'을 의미합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을 진행시키는 주요 요인들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은 LDL 콜레스테롤을 중심으로 흡연, 고혈압, 당뇨병이 핵심 축을 이루고, 염증과 연령, 생활습관이 이를 증폭시키는 구조입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LDL 콜레스테롤입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본질적으로 LDL콜레스테롤이 혈관의 안쪽 벽에 쌓이고,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치료는 실제 심혈관 사건을 감소시키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안정화시킵니다.
두 번째는 흡연입니다. 흡연은 가장 강력하고 다면적인 촉진 인자로, 혈관의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가 혈류의 원활한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산화스트레스의 증가와 혈소판 활성화 및 혈전 형성 증가를 일으킵니다. 이로 인해 젊은 연령에서도 동맥경화반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금연 시 위험은 빠르게 감소합니다.
고혈압은 혈관 안을 흐르는 혈액의 압력과 마찰을 높여, 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손상시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위험 요인과의 시너지 효과가 큽니다.
당뇨병은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것과 동등한 위험으로 간주됩니다. 혈액속의 과도한 당은 혈관 벽을 이루는 콜라겐을 변형시켜 딱딱하게 만들고, 만성 염증을 일으킵니다. 또한 동맥경화를 가장 잘 일으키는 형태의 L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킵니다.
생체리듬 교란은 어떻게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까?
생체리듬 교란이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지는 기전에 대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주기 리듬 붕괴 가설 야간교대근무는 수면, 식사, 활동 시간을 내인성 생체시계와 어긋나게 만들어 일주기 리듬을 붕괴시킵니다. 혈압의 정상적인 일중 변동이 사라지고, 특히 수면 중 혈압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습니다. 또한 혈관 내피세포의 항염증 기능이 시간에 맞춰 작동하지 못하면서 염증 반응이 하루 종일 높은 수준으로 유지됩니다.
2. 신경·내분비 스트레스 매개 가설 야간 각성과 수면 부족은 교감신경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고, 야간 빛 노출은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킵니다. 교감신경 항진은 혈압 상승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멜라토닌 감소는 항염증·항산화 보호 효과를 약화시킵니다.
3. 대사–면역 연계 만성 염증 가설 일주기 리듬 붕괴와 교감신경 활성은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조직 기능 이상을 초래하여 낮은 수준의 염증이 지속됩니다. 지방조직은 IL-6, TNF-α 같은 염증성 물질을 분비하고, 염증 반응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못합니다.
정리하면, 야간교대근무는 생체시계 붕괴를 시작으로 신경·내분비 및 대사·면역 이상을 연쇄적으로 유발하여 혈관 염증과 내피 기능장애를 통해 죽상동맥경화를 촉진합니다. 이러한 가설이 실제 역학연구에서도 확인되는지는 최근 메타연구를 통해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역학적으로 중등도 이상의 신뢰성을 가진 기전으로 염증, 이상지질혈증, 심근전기생리기능장애를 제시합니다.
Night shift work and indicators of cardiovascular ris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2025
염증
교대근무자는 비교대근무자에 비해 혈관 염증지표가 유의하게 상승하며, 이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주로 CRP(C-reactive protein), 백혈구, IL-6, IL-1β, IL-10, TNF-α와 같은 염증인자를 측정하여 비교하는 연구가 다수 있습니다. 이 중 IL-6, IL-1β, IL-10의 효과 크기가 더 높았습니다. CRP는 전신 염증 반응의 총량 지표로 염증의 결과를 보여주는 반면, IL-6(Interleukin-6)는 대식세포, 내피세포,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며 죽상경화반의 활성도와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IL-1β(Interleukin-1β)는 염증의 촉발요인으로 활성화된 대식세포에서 분비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혈관 염증이 전신 염증 반응의 총괄지표인 CRP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Association between shift work and inflammatory markers in workers at an electronics manufacturing company. 2022, AOEM
이상지질혈증
대부분의 연구에서 교대근무는 HDL콜레스테롤을 낮추며, 이러한 결과는 일관됩니다. 야간근무 시간이 길어질수록 HDL콜레스테롤수치가 감소하는 용량-반응 관계도 확인됩니다. 반면, LDL콜레스테롤은 일관되게 관련성이 낮았습니다. 중성지방은 이전 연구에서 유의한 관련성이 있었으나, 최근 연구를 추가로 종합한 결과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DL콜레스테롤이 야간작업과 관련이 없는 이유는 LDL콜레스테롤의 조절이 간의 LDL수용체에 의해 좌우되는데, 생체리듬 교란과 LDL수용체의 발현은 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HDL은 멜라토닌의 감소와 교감신경 항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Shift work, and particularly permanent night shifts, promote dyslipidaem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2020
The Mystery behind the Pineal Gland: Melatonin Affects the Metabolism of Cholesterol. 2019
심근 전기생리 기능 장애
교대근무자는 심전도에서 QT 간격이 길어지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됩니다. QT 간격은 심장이 한 번 수축한 뒤 다음 박동을 준비하는 전기적 회복 시간을 뜻합니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심장의 전기 신호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일부 상황에서는 위험한 심실 부정맥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QT 간격은 원래 밤에 조금 길어지고 낮에 짧아지는 리듬이 있는데, 야간근무로 수면과 빛 노출이 흔들리면 이런 리듬이 약해지거나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결론
교대근무는 그 자체로 직접적인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입니다. 나쁜 생활습관이나 기저 질환이 있다면 위험은 더욱 증가합니다.
우리나라는 야간교대작업을 특수건강진단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만큼 사후관리와 업무적합성 평가가 중요합니다.
실무적으로 야간작업자에게서 HDL-C 감소나 심전도상 QT 간격 연장이 나타난다면 야간작업의 영향을 검토해야 합니다.
야간교대작업의 강도, 장시간 노동, 투잡 등 극한의 신체적·정신적 부하를 겪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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