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S는 한국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를 구조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에 개발된 표준화 척도입니다.
물리적 환경, 직무요구, 자율성,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조직체계, 보상, 직장문화와 같은 “직무와 조직의 특성”을 요인별로 점수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변화한 산업 구조와 조직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문항을 줄이고 개념을 재정리한 KOSS®19가 제시되었고 우울과 번아웃 척도와의 관련성을 통해 요인별 점수가 여전히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KOSS가 “이 사람이 얼마나 예민한가”를 재려고 만든 도구가 아니라 “이 사람이 겪는 직무 요구와 보상, 조직의 공정성 등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를 근사치로 잡으려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응답은 전부 자가보고입니다. 따라서 환경의 특성 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도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이레터] 심리재해 예방을 위한 직무스트레스 평가
정서 상태만으로 점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정서 상태와 성격이 자기보고 점수에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부정적 정서성(일상에서 기분이 부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측정한 뒤 직무스트레스 설문을 같이 본 연구들을 보면 부정적 정서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직무요구와 갈등 같은 스트레스 요인을 더 높게 보고하고 우울·불안 같은 스트레스 반응도 더 많이 보고하는 경향이 반복해서 관찰됩니다. 이때 부정적 정서성을 통계적으로 보정하면 직무스트레스와 우울·불안의 상관이 줄어들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그 연관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논문] Should negative affectivity remain an unmeasured variable in the study of job stress?
[논문] Relation of negative affectivity to self-reports of job stressors and psychological outcomes
이와 별도로 직무요구가 높고 자율성이 낮은 일, 노력에 비해 보상이 낮은 일, 조직 정의감이 낮은 일은 여러 종단 연구와 메타분석에서 이후 우울과 불안, 공통 정신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반복해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기존의 우울 수준이나 일부 성격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직무요인의 영향이 남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직무요인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은 응답 편향이나 성격 특성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논문] Psychosocial work environment and mental health – a meta-analytic review
KOSS를 통해 직무스트레스와 우울 사이의 인과 가능성을 평가한 종단 연구에서도 KOSS 점수가 높은 집단에서 1년 후 발생한 우울증이 더 많은것으로 나타났고 스트레스 점수가 올라가면 우울 위험도 함께 올라가는 용량–반응 관계도 관찰되었습니다. 스트레스 요인 점수가 높고 그 상태가 지속되는 사람에게서 향후 우울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KOSS는 결국 우울한 사람이 높게 찍는 설문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논문] Effects of changes in occupational stress on the depressive symptoms of Korean workers in a large company: a longitudinal survey
요약하면 정서 상태와 성격이 KOSS 점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KOSS 점수는 직무스트레스 수준과 앞으로의 우울 위험을 함께 가늠하게 해 주는 의미 있는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KOSS는 원래 “집단 평가용 도구”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할 것은 KOSS는 집단 평가용 도구라는 점입니다. KOSS와 비슷한 국제적 직무스트레스 평가 도구인 COPSOQ나, 영국의 HSE Management Standards 설문은 모두 집단 평가용 도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COPSOQ 개발 논문에서는 이 도구를 “직무 관련 심리사회적 요인과 스트레스, 안녕감을 평가하고 직장 수준의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설문”이라고 정의합니다. 직무 요인과 건강 결과, 일부 성격 요인을 같이 묻지만, 실제 사용에서는 직장이나 부서의 평균 점수와 분포를 보고 위험 영역을 찾는 것을 기본 용도로 제시합니다.
[논문] Validation of the Copenhagen Psychosocial Questionnaire Version III and Establishment of Benchmarks
HSE Management Standards Indicator Tool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매뉴얼에서는 이 설문이 개별 근로자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이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넓은 그림”을 보기 위한 도구라고 안내합니다. 설문 결과는 색깔이 입혀진 벤치마크 표로 제시되고 그 뒤에 직원들과 토론을 통해 원인을 찾고 개선점을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이드] HSE Management Standards Indicator Tool
KOSS도 개발 당시부터 “한국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수준을 비교·감시하기 위한 표준 도구”라는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KOSS 역시 개별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기보다는 부서·직종·조직 수준에서 직무스트레스 요인의 분포를 보는 용도로 보아야합니다.
점수가 유난히 높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데 어떤 사람의 KOSS 점수만 유난히 높게 나올 때 지금까지의 문헌과 가이드를 보면 “이럴 때는 이렇게 처리하라” 수준의 세부 매뉴얼은 거의 없습니다. 대신 국내외 가이드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 가까운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째, 개인 점수는 ‘위험 신호’ 정도로만 본다는 관점입니다.
국내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기술지원규정」에서는 같은 직무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되더라도 반응은 개인의 연령, 성격, 생활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직무스트레스 평가도구는 고위험군 비율을 줄이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의 근거로 쓰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즉 점수가 높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보다 “지금 이 사람이 이 환경을 더 버겁게 느끼고 있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로 이해하는 것이 가이드 취지와 더 가깝습니다.
둘째, 점수는 항상 맥락과 다른 자료와 함께 본다는 점입니다.
안전보건공단의 지침에서는 직무스트레스 설문을 혼자 돌아다니는 숫자로 쓰지 말라고 합니다. 설문은 팀을 꾸려서 유해요인을 평가하고, 예방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에 다시 평가하는 전체 과정 속의 한 자료일 뿐입니다. 그래서 KOSS 결과를 볼 때는 점수만 보지 말고 최근 인원 변화나 업무 재배치가 있었는지, 갈등이 심해진 사건이 있었는지, 건강검진 결과나 상담 내용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다시 말하면 “점수는 시작점이고 해석은 현장의 이야기와 같이 한다” 쪽에 가깝습니다.
셋째, 개인 점수는 다시 집단 속에서 위치를 본다는 원칙입니다.
KOSS는 애초에 전국 근로자 분포와 회사·부서 평균, 그리고 개인 점수를 함께 놓고 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이 사람 점수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이 부서와 이 회사가 전국 기준에서 어느 수준인지, 그 안에서 이 사람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보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점수가 유난히 높은 사람을 볼 때도 그 사람만 떼어보기보다 같은 부서 동료들의 분포와 전국 평균 및 분포, 건강 상태 같은 정보를 함께 놓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다시 말하면 “유독 튀는 한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과 그 부서에서 무엇이 버거운지 한 번 더 들여다보자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KOSS 결과를 바탕으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에 첨부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기술지원규정」에서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가이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 기술지원규정 (KOSHA GUIDE E-G-2-2025)
요약: KOSS를 사용할 때 기억해두면 좋을 점
KOSS는 직무스트레스 요인 평가 도구입니다. 우울과 불안 같은 스트레스 반응은 별도의 도구로 평가하고 KOSS는 직무요구와 자율성, 보상, 조직문화 같은 요인의 수준을 보는 데 초점을 둡니다.
정서 상태와 성격이 점수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적 정서가 강하면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질 수 있으나 그 영향을 보정하고도 직무요인과 정신건강 사이의 연관성은 상당 부분 남습니다.
KOSS 결과는 개인보다 집단을 위해 먼저 사용합니다. 점수가 유난히 높은 개인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추가적인 대화와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더 안전합니다.
KOSS를 해석할 때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결과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도울지를 계획하는데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