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직업병 역학연구를 접해보신 분들은 '누적노출'에 대해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흡연의 누적노출량인 '갑년'에서 시작된 여러가지 누적노출 지표를 살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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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년(Pack-years)에서 시작된 누적노출지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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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노출량을 나타내는 단위
유해 인자에 단시간 고농도로 노출되면 급성 중독이나 급성 손상이 발생합니다. 급성 독성 프로파일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사고 경위만 잘 조사하면 원인 파악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장기간 낮은 수준의 노출로 질병이 발생하는 경우, 인과성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출 강도와 시간을 결합한 단위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갑년(Pack-years)은 널리 알려진 누적노출량의 단위입니다.
"장기간 흡연량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갑 수에 흡연 연수를 곱하여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1갑년은 1년 동안 매일 1갑을 피우는 경우 또는 반년 동안 매일 2갑을 피우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1940년대 후반 영국에서 폐암 발생이 급증하자, 리처드 돌과 브래드퍼드 힐은 흡연과 폐암의 관련성을 연구하며 "cigarettes per day", "years smoked", "lifetime cigarettes"라는 노출지표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후대 연구자들은 이를 계산하기 쉬운 Pack-years라는 단위로 개선했습니다. 최초 사용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1950~60년대를 거치며 많은 연구자들이 이 단위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문헌을 추적한 결과, Pack-years를 처음 사용한 논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몇 Pack-years부터 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까요?
우리나라 폐암검진 선별기준은 30 Pack-years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공중보건학적으로 명확하게 문제가 되는 노출량입니다. 그러나 2021년 발표된 USPSTF의 폐암검진 권고안은 20 Pack-years의 흡연력이 있고 현재 흡연 중이거나 최근 15년 이내 금연한 50~80세 성인에게 매년 저선량 흉부 CT 촬영을 권고합니다.
물론 20 Pack-years 미만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GBD(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에 따르면 5 Pack-years에서 상대위험도 1.76, 10 Pack-years에서 상대위험도 3.43이었습니다.
ppm-years
이 단위는 유기화합물의 발암성 연구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최초 사용자는 알 수 없으나, 1980년대 중반~후반 연구들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연구는 1987년 NEJM에 출판된 "benzene and Leukemia"입니다.
이 연구에서 누적 벤젠 노출량에 따른 표준화 사망률(기준값 100)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40 ppm-years 미만 109, 40~199 ppm-years 322, 200~399 ppm-years 1,186, 400 ppm-years 이상 6,637. 당시 벤젠 노출기준은 10 ppm이었으므로, 400 ppm-years는 노출기준 수준에서 40년간 작업했을 때의 누적 노출량에 해당합니다. 이 기념비적 연구와 후속 연구들로 인해 벤젠 노출기준은 1 ppm으로 강화됩니다.
한국의 벤젠 허용 기준은 작업장 공기 중 시간가중평균기준(TWA) 0.5 ppm, 단시간노출기준(STEL) 2.5 ppm입니다. 벤젠 노출 관련 질환 증가와 역학 조사를 통해 백혈병과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기준은 2003년 1 ppm에서 2016년 0.5 ppm으로 강화되었습니다.
이제 물리적 단위가 등장합니다. 시간 단위도 연(year)에서 시간(hour)으로 바뀌었습니다. 1 뉴턴(Newton)은 1kg의 물체에 1m/s²의 가속도를 일으키는 힘입니다. 이 힘이 1시간 동안 작용하면 1 Newton-hours가 됩니다. 중력가속도는 약 9.8 m/s²입니다. 편의상 10m/s²라고 하면, 질량 100g의 무게를 들고 있을 때 느껴지는 힘이 1 N입니다.
Newton-hours는 1990년대 후반 독일의 Mainz 대학교와 Dortmund의 BGIA (Berufsgenossenschaftliches Institut für Arbeitsschutz) 연구소 연구자들이 개발한 Mainz–Dortmund Dose Model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델은 요추 추간판 질환(lumbar disc disease)의 직업적 위험 평가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L4/L5 추간판에 작용하는 압축력을 생체역학적 모델로 추정하였으며, 압축력이 3,400 N 이상이면 "유해한 부담"으로 간주했습니다. 이 기준은 통상 남성 평균 안전 수준으로 NIOSH에서 제시한 것이며, 남녀 차이가 있고 아시아인은 더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기준 이상 노출된 시간만을 누적하여 총량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5kg 정도의 무게를 20–30도 허리를 숙여 다루는 정도는 큰 부담이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15kg의 물체를 60°로 상체를 굽혀 수평거리 40cm에서 들 때, 계산된 요추 압축력은 5,500 N입니다. 여기서 3,400 N는 생리적 부하로 보고 제외하면, 2,100 N의 초과 부하가 있습니다. 1회 동작에 4초가 소요되고, 1일 400회, 연 220일, 이 작업을 10년간 했다면, 2,100 N × (4초 × 8.8×10⁶ / 3600) ≈ 2.0×10¹⁰ N·h가 됩니다.
자이들러(Seidler A)는 이 방법으로 환자-대조군 연구를 수행하여 요추의 누적 부하와 요추추간판탈출의 교차비(OR)를 추정했습니다. 2001년 최초 연구에서 9백만 Nh (Newton-hours)를 초과하는 경우, 요추골연골증 또는 척추증의 위험은 요추 부하가 없는 대상자와 비교했을 때 8.5 (95% CI: 4.1~17.5)였습니다.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최소 소음노출량은 85 dBA 이상의 소음에 3년간 노출되는 경우입니다. dBA-years는 소음노출 강도와 시간을 결합한 누적지표로, 장기 소음노출과 난청의 용량-반응 관계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관련 문헌은 "Cumulative noise exposure (CNE)"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 지표의 특이한 점은 dBA가 로그 기반 단위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로그값을 음압 단위(Pa)로 환산하여 합산한 후 다시 로그로 변환해야 합니다.
85 dBA 에 3년간 노출되었다면, 89.8 dBA-years 에 해당합니다. 90 dBA에 1년간 노출되었다면 90 dBA-years에 해당되어, 누적소음노출량으로 환산하면 85 dBA에 3년간 노출된 것과 90 dBA에 1년간 노출된 것은 비슷한 수준의 소음노출입니다. 만약 90 dBA에 10년간 노출되었다면, 100 dBA-years 가 되는데, 노출된 사람의 20%정도가 난청이 생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만약 105-110 dBA-years 의 노출이라면 50%에서 난청이 생깁니다.
충격소음이 갖는 에너지량을 고려하면, 난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Xie 등은 첨도(Kurtosis)를 반영한 누적소음노출량 지표를 만들어, 충격소음을 누적소음에 통합하여 난청과의 용량반응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비흡연 여성에게서 조리흄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에서 용량-반응관계 분석이 시도되었고, 이때 등장한 흥미로운 노출지표가 Dish-years(그릇-년)입니다. 이는 매일 튀김요리(stir frying, frying, deep frying)를 한 빈도(그릇)에 튀김요리를 한 기간을 곱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10그릇의 튀김요리를 10년 동안 했다면 100 Dish-years가 됩니다.
Yu 등의 연구는 이 방법으로 폐암과의 용량-반응관계를 보여주었으며, 100 dish-years부터 폐암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급식에서 조리종사자 업무순환, 튀김요리의 빈도와 양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리경력이 10년 정도면 100 Dish-years를 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최상준, 2025, 한국산업보건학회).
Pack-years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누적노출평가를 위한 다양한 지표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노출지표를 통해 수많은 유해인자의 용량-반응관계를 밝혀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니 산업보건 전문가로서 Pack-years를 특별히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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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자 오이레터
구독자 의견
이글에서 제기한 기술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산업보건 영역에서 ‘기술의 정치성과 유리성’이라는 중요한 담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비판 내용은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신기술이 감시/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존 시스템보다 자율성과 투명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도 진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 도입 자체가 근본 원인을 회피한다는 주장은 이분법적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PPE에 센서만 달았다’는 비판은 일부 사실이지만, AI 기반 패턴 분석, 위험 예측 모델링, 자동화 설비와 연계된 시스템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기술 트렌드를 과소평가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감시'가 거의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이는 감시와 보호의 경계, 투명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한 감시 기술의 재구성 가능성에 대한 것을 간과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감시 기술을 단순히 ‘통제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안전을 위한 긍정적 감시 개념(예: 공동 감시, 동료 감시, AI 기반 자동 위험 인지)의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고 확실한 기술부터 시작하자’는 전략은 실효적일 수 있으나, 혁신의 가속도에 대한 대응력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서 보다 생산적으로 발전하시키기 위한 기술의 실제 기능, 구조,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병행되길 기대합니다. 위험의 원천 제거보다는 행동 감시에 초점이 맞춰진 기술 도입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수근 드림
답변
깊이 있는 피드백에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의견 덕분에 논의를 더 발전시킬 지점들을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신기술 도입이 감시와 통제 뿐 아니라 투명성과 자율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이처럼 현실이 단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논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한계를 드러낸 것 같습니다.
지적해주신 대로, 모든 기술이 감시와 통제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며 자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의 웨어러블 기기가 실시간으로 유해가스 농도와 같은 환경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여, 노동자 스스로 위험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대피하도록 돕는 기술이 좋은 사례일 것입니다.
또한, 'PPE에 센서만 달았다'는 비판이 현재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트렌드를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는 지적에도 동의합니다. 도요타의 AI 비전 시스템이나 듀폰의 유해물질 감시 시스템처럼, AI 기반 패턴 분석 및 위험 예측 모델링은 이미 현장에서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각 기술의 구체적인 명암'을 더 깊이 탐구해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합니다. 특히 제가 제안한 '작고 확실한 기술부터 시작하자'는 전략이 '혁신의 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은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과제를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더해,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 중심이기에, 이 논의에서 중소사업장의 안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문제 또한 함께 다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주제들은 우리 산업보건 분야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며, 앞으로도 ‘오이레터’를 통해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귀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최혜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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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이번 기사는 어떠셨나요?
오이레터의 모니터링에 참여해주세요. 기사에 대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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