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방사선, 10년 사이 두 배로?
우리가 일상에서 받는 방사선량이 최근 10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20년 발표된 '대한민국 국민 자연 및 인공 방사선 피폭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연간 평균 총 방사선 유효선량은 2009년 3.82mSv에서 7.29mSv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 중 자연방사선에 의한 피폭량이 5.24mSv에 달하며, 이는 전체 방사선량의 약 72%를 차지합니다. [보고서]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대한민국 국민 자연 및 인공 방사선 피폭량 조사, 2020
하지만 현재 국민에게 공개된 정부 기관의 수치는 제각각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는 2009년 보고서를 인용해 자연방사선량을 3.08mSv로 표기하고 있고,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는 3.8mSv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신 연구 보고서의 5.24mSv와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방사선 정보가 이렇게 중구난방인 상황은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연방사선 노출은 어떤 원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 국민이 받는 자연방사선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라돈 노출량이 새롭게 강화된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재평가되면서 피폭량 수치가 올라간 것입니다. 라돈은 원래부터 우리 생활환경에 존재해왔지만, 최근 낮은 노출량에서도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2009년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라돈의 선량환산계수를 약 2배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라돈 피폭량이 기존보다 약 2.6배 높은 3.62mSv로 재평가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왜 자연방사선 노출량이 높을까?
한국의 자연 방사선 피폭량(5.24mSv)은 전 세계 평균(2.4mSv)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일본(2.1mSv), 영국(2.3mSv), 미국(3.1mSv) 등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자연방사선 노출량이 높을까요? 이는 우리나라의 지질 특성과 생활 습관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자연방사선의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라돈 및 토론 (3.62mSv): 전체 자연방사선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화강암 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토양과 암석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라돈이 생성됩니다. 단독주택은 이 토양 가스가 주된 원인이지만(85%~97%), 고층 아파트의 경우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된 건축 자재, 특히 콘크리트가 주요 방출원이 됩니다.
지각 감마선 (0.87mSv): 화강암을 기반으로 하는 국내 지질 특성 때문에 전 세계 평균(0.48mSv)보다 약 2배 높은 수준을 보입니다.
음식물 섭취 (0.493mSv): 해산물을 즐겨 먹는 식습관 때문에 전 세계 평균(0.29mSv)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우주 방사선 (0.256mSv):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원료인 시멘트 가루 상태일 때보다 물과 섞여 콘크리트가 되었을 때 라돈 방출량이 최대 5.8배까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바닥 난방으로 콘크리트 온도가 30℃에서 60℃로 오르면 라돈 방출량이 20~40배까지 폭증할 수 있어 겨울철 난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해외 선진국은 주택 라돈을 어떻게 관리할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실내 라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오고 있습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조치 권고 기준을 148 Bq/m³로 정하고 있으며, 다수의 주에서는 주택 매매 시 판매자가 의무적으로 라돈 측정 결과를 구매자에게 공개하도록 법제화했습니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자발적인 저감 시공을 유도하는 강력한 동력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