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발급받았고, 수검율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의 경우, 연평균 3,939건의 건강관리수첩이 발급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총 71,414명이 수첩을 발급받았으며, 수검율은 70-80% 수준으로 상당히 높습니다. [스즈키 아키라, 2025년 8월 22일 한국산업보건학회 라운드테이블]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통계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형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건강관리카드 발급현황에 관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2년에는 1,189명으로 가장 높은 등록자 수를 기록했으나, 2023년에는 730명, 2024년 10월 기준으로는 201명만이 등록했습니다.
등록자들의 검진 수검률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검진현장의 경험상 매우 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낮은 신청률과 수검률로 인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사] 건강관리카드 발급 올해 겨우 201명, 대상 유해물질 5종은 ‘0건’
우리나라 건강관리카드 제도의 문제점
우리나라 건강관리카드 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2025년 8월 22일 여수에서 개최된 산업보건학회 라운드 테이블(건강관리카드제도, 여전히 유효한가?)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되었습니다. 아래에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첫째, 새롭게 등장하는 발암물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대상물질이 물질과 함량, 노출기간으로 제시되어 대상자들이 자신이 해당되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셋째, 신청자가 본인으로만 제한되어 있다.
넷째, 퇴직자나 이직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이 부족하다.
다섯째, 대상자들이 이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가 있었으나, 본인 신청이 아닌 사업주 책임으로 교부하고, 동료나 언론 등을 통해 제도를 인지하도록 홍보했으며, 신청-승인절차를 간소화하여 등록률과 수검률을 높였습니다.
건강관리카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제안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이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차원의 대안이 제안되었습니다.
첫째, 건강관리카드제도의 목적과 검진항목을 포괄적 건강관리가 아닌 직업성암 조기진단으로 국한하자는 의견입니다. 이렇게 하면 사업의 목적이 명확해지고, 대상자들이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둘째, 신청인을 당사자로만 제한하지 말고, 사업주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현업 종사자가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때 검진의사가 대상자임을 확인하여 등록하면, 등록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건강관리카드 건강진단을 통해 암이 진단된 노동자는 별도 심사 없이 직업성암으로 인정하여 보상하자는 의견입니다. 이는 직업성암 조사와 심의에 드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강관리카드 건강진단의 수검률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넷째, 새로운 발암물질을 건강관리수첩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한 공식적인 전문가 위원회와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과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 검진방법 타당성, 검진의 유해와 이득, 노출평가방법의 적절성,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노출수준과 지표, 검진대상 연령과 주기 등에 대한 판단에 대해 사회적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을 넘어선 창의적 혁신이 필요
건강관리카드 제도는 발암물질에 노출된 퇴직자들이 사업주 책임의 범위를 벗어나면서 이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전략, 관련 제도와의 연계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여, 실효성이 낮은 제도가 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하는 데 머무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본 원고는 2025년 8월 22일 여수에서 개최된 한국산업보건학회의 라운드테이블(건강관리카드제도, 여전히 유효한가?)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좌장 정진주, 토론자 김원, 스즈키 아키라, 이윤근, 최상준, 류지아, 송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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