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의 등장
2017년에 “JUUL(쥴)”이라는 전자담배가 등장했을 때, 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영어로는 e-cigarette 라고 불리고, 우리말로는 전자담배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니코틴 흡입제가 대중화된 것입니다. vapour(증기)라는 단어에서 가져온 베이핑(vap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한 쥴링(JUULing)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전자담배는 처음에는 해로운 담배 흡연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광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청소년들의 니코틴 중독을 증가시키면서 공중보건의 중대한 위협으로 떠올랐으며, 흡연자들의 입장에서는 금연구역확대에 대처하는 전략이 되었습니다.
전자담배 폐손상 집단발병
2019년 8월 미국 전역에서 베이핑 관련 폐질환이 급증하였습니다. 미국 CDC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18일까지 총 2,807건의 사례와 68건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주로 청소년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이 질환의 공식명칭은 e-cigarette, or vaping, product use-associated lung injury (EVALI)입니다.
“처음에 EVALI 사례는 급성 호산구성 폐렴, 기질화 폐렴, 지질성 폐렴, 미만성 폐포 손상 및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ARDS), 미만성 폐포 출혈, 과민성 폐렴, 기관지주위 육아종성 폐렴 및 드문 거대 세포 간질성 폐렴을 포함하는 이질적인 폐렴 패턴을 보였습니다. 여러 보고에서 발견된 일관된 병리학적 특징은 지질이 풍부한 폐포 대식세포의 출현이며, 이 중 다수는 공포화되어 있고, 종종 공포화된 폐세포를 동반합니다. 이러한 소견은 화학물질 유발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베이핑으로 인한 급성 폐 손상(Editorial), N Engl J Med 2020;382:960-962
이후 생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연구 측정된 수많은 마커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에어로졸을 흡입한 후 폐 손상이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흡입된 비타민 E 아세테이트와 EVALI 유사 폐 손상의 동물 모델(Correspondence), N Engl J Med 2020;382:1175-1177
CDC의 조사결과, 폐질환을 일으킨 전자담배는 대부분 불법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THC: tetrahydrocannabinol)이라는 대마초의 환각성분을 포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물질의 폐렴을 유발했다기 보다는 THC의 점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첨가된 비타민 E 아세테이트(Vitamin E acetate)가 주요 원인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이 물질은 항산화효과가 있는 기능성 첨가원료로 식이보충제나 화장품의 첨가물로 거부감없이 사용되었습니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당시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전자담배의 일부에서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기사] 액상형 전자담배 폐손상 원인은 '비타민E아세테이트'?
당시 전자담배회사는 불법적으로 유통된 전자담배를 비난하며, 자사의 제품의 안전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들은 비타민 E 아세테이트(Vitamin E acetate)와 유사한 첨가제들이 미칠 잠재적 영향을 우려하였습니다.
전자담배 속 발암물질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전자담배 자체를 일반담배와 같이 발암물질 Group 1으로 지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담배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검출됩니다. 포름알데하이드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 Group 1 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포름알데하이드는 전자담배 액상의 주요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세린(VG)이 200-300°C 이상으로 가열될 때 열분해에 의해 생성됩니다. 포름알데하이드뿐만 아니라 아세트알데하이드, 아크롤레인 등의 유해한 탄소화합물도 부산물로 생성될 수 있습니다. 포름알데하이드와 아세트알데하이드는 IARC Group 1, 아크롤레인은 IARC Group 2A로 분류됩니다. 또한 전자담배에 액상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상태로 가열되면 코일이 과열되어 유해물질이 다량 생성될 수 있습니다.
크롬, 니켈과 같은 발암성 중금속(IARC Group 1)도 높은 농도로 검출될 수 있는데, 이러한 독성금속은 전자담배 코일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관한 역학연구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관한 인간대상 역학연구는 아직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발암물질 노출 후 암 발생까지의 잠재기가 10-20년인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담배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폐암 환자 4,975명과 암이 없는 대조군 27,294명을 연령, 성별, 인종, 거주 지역별로 5:1 비율로 매칭하여 비교했으며, 흡연 갑년 수와 폐암의 주요 조직 세포 유형을 보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일반담배만 사용하는 경우보다 폐암의 오즈비가 약 3-4배 높았으며, 이러한 경향은 남녀 모두에서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논문] 베이핑, 흡연 및 폐암 위험, 2024
[논문] 전자담배 흡연이 암 위험 요인이라는 증거: 체계적 고찰, 2025.9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대한 동물실험연구
동물실험연구나 기전연구에서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대한 근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유방암 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연구에서 세포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키고,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폐, 방광, 심장에서 DNA 복구 활동을 손상시키고, 폐선암과 방광 요로상피세포 과형성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리뷰] 전자담배 독성학. 2022
[논문] 전자담배의 유기화합물 및 중금속의 발암성 및 비발암성 건강위험성 평가, 2023
전자담배의 발암성에 대한 위험성평가연구
전자담배에 발암물질들이 함유되어 있다면, 그 발암물질들의 노출량으로 발암위험도를 추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Siyuan Zhao 등의 연구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자 담배에서 생성되는 에어로졸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크롬 및 니켈의 평균 발암 위험은 허용 범위를 초과했으며 모든 화학 물질의 발암 위험을 합산하여 인간에 대한 실제 해를 평가하면 위험이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기존 담배와 비교하여 전자 담배 흡연은 발암성 알데히드(예: 포름알데히드 및 아세트알데히드)의 과도한 섭취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중금속의 과도한 섭취도 유발합니다.”
[논문] 전자담배의 유기화합물 및 중금속의 발암성 및 비발암성 건강위험성 평가. 2023
요점 정리
첫째, 전자담배는 국제암연구소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 관련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전자담배에서는 기존에 발암물질로 확인된 성분들(포름알데하이드, 아세트알데하이드, 크롬, 니켈 등)이 존재합니다.
셋째, 일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의 근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넷째, 일부 역학연구에서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같이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일반담배만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폐암발생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