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석면은 이미 15년 전에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석면으로 인해 발생하는
악성중피종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오늘 오이레터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백 명이 새로 진단받고 있는 이 질병의 예측, 현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과제들을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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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중인 공포, 악성중피종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은 석면의 발암성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석면의 전면적인 사용 금지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상식으로 알고 계시겠죠. 국내에서는 과거 신문 보도를 살펴 보면, 석면의 발암성에 대해서 약 1970년도부터 공론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유럽 각국은 1990년대에 선제적으로 석면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1995년, Lancet에는 예측 연구가 한 편 실렸습니다. 과거 영국의 석면 수입량을 고려해 보았을 때, 악성중피종 환자는 2020년대까지 급격히 증가할 것이며, 연간 2,000~3,000명의 환자가 영국에서 중피종으로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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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995년 Lancet에 실린 영국 중피종 예측
실제 이 예측은 현실과 매우 가까웠고, 2020년 무렵 영국의 악성중피종 사망자 수는 연간 2,500명 가량을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조금씩 연간 사망자 수가 줄고 있지만 2025년 현재 여전히 연간 2000명 가량의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악성중피종
한편, 한국에서의 악성중피종 발생률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에 속합니다. 또한 계 주요 선진국의 악성중피종의 사망률을 비교해 보면 영국이 가장 높고, 한국과 대만이 아주 낮은 축에 속합니다 (그림 2). 우리나라에서도 악성중피종의 증가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2000년대에 10년간 감시체계가 운영된 바 있습니다. 다만, 감시체계를 통해 발견된 사례의 수는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았습니다.
[논문] 한국의 악성중피종 감시 10년 (2012년)
국내 악성중피종의 발생 추이를 예측하는 연구들도 여러 건 있었습니다. 우리 학회의 곽경민 교수님께서 주저자로 발표하신 두 건의 연구에서는 악성중피종의 발생의 지속적인 증가를 예상하였습니다. 특히 석면 수입량을 고려한 최근 모델에서는 2038년까지 지속적인 증가를 예측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1995년 영국 연구에서, 영국의 석면 수입량의 최정점은 1960년대 연간 16만톤 가량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92년 석면 수입이 약 10만 톤으로 정점을 보였습니다.
[논문] 2014년부터 2033년까지 우리나라 악성 중피종의 미래 발생률 추이 (2017년)
[논문] 한국 악성 중피종 미래 발생률: 2038년까지 예측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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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세계 주요국의 연간 악성중피종 사망률
(출처: IMHE (institute for health metrics and Evaluation))
즉, 우리나라의 석면 사용은 영국과 약 30년의 시차를 보입니다. 석면 사용이 활발했던 기간동안 영국 전체 인구가 6000만명 선을 넘기고 한국은 5000만명 정도임을 고려해 보면, 한국의 석면 수입량이 영국에 비해 비교적 적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한국에서 석면을 활발하게 사용할 때 위험성이 더 잘 알려져 있었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행 정도가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외국 학자들에게 소개하였을 때, 대부분 첫 반응은 과소발견이 아니냐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차이가 워낙 크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한국의 건강보험과 암등록 체계를 고려해 보면 과소발견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석면 종류에 따른 차이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내 수입량 통계는 2000년대 이전까지 석면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예전 우리 학회지에 청석면에만 노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를 고려해 보면, 백석면 뿐만 아니라 청석면 계열도 상당히 사용되었을 수 있습니다.
[사례 보고] 청석면에 의한 악성 흉막 중피종 1예 (2005년)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암등록 통계는 정제 과정을 거쳐 약 2년간의 시차를 두고 발표됩니다. 2025년 1월에 발표되는 가장 최신의 통계는 2022년 12월까지 집계된 암 발생 정보입니다. 아직까지 급격한 증가를 보이지는 않지만, 점진적인 악성중피종 환자 수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22년에 등록된 신규 악성중피종 환자는 217명이었습니다. 과거 예측 연구를 따라서,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증가세가 급격히 더 증가할지, 완만한 증가를 보일지는 여전히 예측의 변동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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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우리나라의 연간 악성중피종 신규발생 수
(출처: 국가통계포털 암 등록 통계)
함께 고민해야 할 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국내에서 석면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됩니다. 저를 비롯한 젊은(?)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은 직접 석면을 본 경험도 드뭅니다. 그러나 과거 석면에 노출되어 악성종양에 걸린 사람들은 자주 만나고는 합니다. 그간 중단되었던 감시체계를 다시 구축할 필요가 있을까요? 산업재해보상보험 말고도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환경성 노출에 대한 보상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반의 위험 모니터링을 위해 여러 체계에서 발견되는 정보들을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악성중피종 뿐 아니라 석면과의 관련성이 알려진 다른 질병들(폐암, 석면폐증, 난소암 등)은 어떤가요? 예측되는 질병부담 증가를 대비할 의료자원의 확충이 필요할까요? 세대를 건너는 기억의 전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고민과 의견을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제목은 한강, <소년이 온다>의 내용을 오마주했습니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 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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