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이 문제를 좀 더 넓혀서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임명하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왔던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백신 음모론과 코로나19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케네디 장관은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HSS는 연간 2조 달러의 예산을 움직이고 있으며, 근무자만 8만 2천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입니다. 이 조직에서 1만명의 정규직 직원이 이미 해고되었고, 자발적 퇴사로 1만명을 더 줄여, 총 4분의 1의 인력을 감축하려고 합니다.
케네디 장관은 이번 구조조정의 목적을 "관료주의 축소"와 "만성 질환 대응 강화"로 설명하며, HHS 산하 28개 기관을 15개로 통합하여, 이를 통해 연간 약 18억 달러의 예산 절감을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여파로 보건복지부는 전염병 추적, 정신 건강 서비스, 중독 치료 및 기타 긴급한 건강 문제에 사용되던 120억 달러 이상의 연방 보조금(주정부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갑자기 취소했습니다.
[FOX news] HHS는 인력을 1만 명 감축해 연간 18억 달러를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보건원 (NIH )의 축소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은 세계 의학연구의 중심지입니다. 인간 유전자 코드 해독, C형 간염 발견, 에이즈 바이러스 분리,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 개발, 그리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기초 연구가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국립보건원은 27개 연구센터로 구성된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질병 치료, 보건 개선, 의학 연구를 수행합니다. 6,000명의 과학자와 5개의 연구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2,500개 이상의 의과대학에서 활동하는 30만 명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 의과대학의 수백 건의 경쟁력 있는 연구 과제가 삭감되었습니다. 특히 "소수자", "성전환자", "에이즈", "백신 거부"와 같은 용어가 포함된 연구가 주요 삭감 대상이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4월 초까지 약 770건의 연구비를 중단했으며, 이 중 약 29%인 7억 5,900만 달러가 HIV/AIDS 연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The Washington Post] 트럼프가 제안한 의료 예산 삭감 규모를 내부 예산 문서에서 드러냄
미국이 쌓아올린 금자탑의 붕괴
NIH, CDC, NIOSH가 쌓아온 성과를 고려할 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문명의 붕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PEPFAR(President's Emergency Plan for AIDS Relief)가 중단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 사업은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국제 보건 사업입니다.
[홈페이지] 미국대통령의 에이즈구호 비상대책
이 사업이 90일만 중단되어도 13만 5천 명의 아이들이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는 당장 눈앞의 위기일 뿐입니다. 앞으로 만성질환, 매독과 같은 재발 감염병, 조류독감과 같은 새로운 위협을 준비없이 맞이 하게 됩니다.
정부 효율성부의 일론 머스크
이러한 문명파괴적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은 트럼프가 권한을 위임한 일론 머스크가 정부 효율성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는 임시 정부조직을 통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DOGE의 사명이 "관료주의의 폭정"을 종식시키고, 납세자들의 돈을 절약하며, 36조 달러(28조 9천억 파운드)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예고없는 독단적인 예산삭감으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면서 입지가 좁아져, 트럼프에게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조선비즈] 백악관 떠나는 일론 머스크
[BBC] DOGE란 무엇이고, 머스크는 왜 물러나는가?
어디선가 경험한 것 같은 이 상황
트럼프의 의도에는 이념적, 정치적 목적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NIH는 백신, 성소수자 건강, 기후변화, 인종 건강 불평등 등 보수 진영에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를 연구·지원해왔습니다. 트럼프는 이를 "좌파 이념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라고 비판했었습니다.
트럼프는 정부를 "기업처럼" 운영하겠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엘론 머스크를 DOGE 책임자로 임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NIH·CDC·EPA 등은 미국 남부와 보수층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부의 간섭" 또는 "엘리트의 권위주의"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트럼프는 이들 기관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게 "기득권에 맞서는 영웅" 이미지를 강화하려 합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코로나 방역의 성과에 대한 공격', 'R&D 예산의 급격한 삭감', '갑작스러운 의대정원의 확대'는 트럼프가 했던 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무리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