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송한수
인터뷰이: 고상백
안녕하세요. 새 학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하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올해 초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의료계 뿐만 아니라,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서도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학회장님께서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그리고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메시지도 부탁드립니다.
올해 초 시작된 의정갈등은 의료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전공의들의 사직은 의료 인력구조와 학문적 기반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대한직업환경의학도 이 영향을 피할 수 없었으며, 특히 인력 풀이 제한적인 특수 분야인 직업환경의학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학회의 연구와 교육 활동 뿐만 아니라 각 수련기관의 진료영역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직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지원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기적인 해결책 보다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문제나 의료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른 학회와 의료계 다른 단체와 협력하여 전공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학회는 전공의들이 학문적, 직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 2년간 학회 제도개선위원장 및 부학회장으로 ‘특수건강진단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셨고, 그 결과가 이번 가을학술대회 심포지움을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추후 특수건강진단 제도개선을 위한 학회 차원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특수건강진단은 유해 요인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조기 선별하여 건강악화를 예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했는지에 대해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특수건강진단의 현실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성찰의 기회였으며, 여러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특수건강진단 사전조사의 필요성을 확인하였고, 특수건강진단 위원회 운영, 일별 특수건강진단 인원수 제한, 불법 브로커 및 플랫폼 적극 규제 등 향후 개선 필요 사항을 확인하였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개선 사항을 고용노동부와 긴밀히 논의하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강동묵 학회장님 재임 시기에 학회의 법인화를 추진되어, 총회를 통해 법인정관이 마련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로 회원 자격,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이 변동되는 것도 큰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어떤 방향성 하에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학회는 1988년에 설립되어 대한의학회 소속 주요 학회로서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권리와 의무가 없는 임의 단체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임의 단체로서 그동안 엄격한 회계 기준이나 체계적인 법적 규정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으나, 이제는 학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법인화를 추진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연구비 수주와 학회 명의의 사업 확장을 통해 재정적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외부 기관, 기업, 회원들에게 투명성과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으며, 대외적 활동에서도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법인 설립 과정에서 학회의 조직 구조와 회원 자격 등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와 우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학회의 체계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법인화 이후에도 회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학회의 질적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한국환경보건학회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전임 강동묵 회장님 재임 시기 타 학회와의 교류를 활발하게 추진하였습니다. 앞으로 산업보건 또는 환경보건 분야의 타 학회와 협력 및 교류 계획은 어떠합니까?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중요한 방향입니다. 우리 학회는 그 동안 의학적 측면에서 직업보건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현재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 중요한 기여를 해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 환경의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회의 활동 영역이 직업의학에서 환경의학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학회 명칭을 직업환경의학으로 변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직업환경의학 분야에서의 심도있는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활동범위를 더욱 넓혀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학적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학회와 협력하고 교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협약을 넘어,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공동 심포지엄을 운영하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학회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및 기타 조직과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확대하여 직업환경의학의 영향력을 넓히고,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겠습니다.
학회장님께서는 이전에 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시면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지를 Annals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의 국제저널로 탈바꿈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이와 함께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ACOH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ICOH 위원장(강성규 교수)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학회의 활동범위를 국외로 넒혀나갈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우리 학회의 국제화에 대한 학회장님의 생각과 방향은 어떠합니까? 또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우리 학회는 이미 국제화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2013년 학술지를 영문화 하였고, PubMed를 거쳐 eSCI까지 발전하였고, SCI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학회는 다양하게 국제 교류를 해왔고, 2013년에 PREMUS가 부산에서 2015년에는 ICOH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우리 학회가 주축이 되어 ACOH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국제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학회 회원들의 실제 연구 또는 관심영역에서 해외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지원할 수 방안을 찾아 보겠습니다.
일반 의학학술학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학회도 아카데미 영역과 임상영역으로 구분되어 있고, 학회의 활동의 중심이 아카데미 영역으로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있으신지요?
학회는 회원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활동을 폭넓게 포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회는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의 연구활동과 새로운 지식, 창의적 활동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면서 학술활동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학회의 핵심 기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학회가 기초의학이 아닌 임상의학에 속하는 만큼, 임상영역의 활동 강화를 통해 불균형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수련기관의 지도전문의와 전공의들의 관심을 갖는 임상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하겠습니다. 아울러 전공의 교육과 회원들의 평생교육 활동도 체계화하여, 학회의 역할을 보다 균형있게 확장하고 회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학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학회장으로 재임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어떤 학회장으로 기억에 남으시길 원하시는지요?
법인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학회 재정을 안정시킬 계획입니다. 학회 중심의 연구비 수주와 연구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정부 또는 민간연구 지원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회원들의 소속 대학 또는 병원과 협력하여 학회 활동을 강화하겠습니다. 또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여 체계화하겠습니다. 오이레터, 화요런천세미나 및 각 기관의 우수 교육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회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기관과 다른 단체와 협력하여 직업환경의학 분야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안과 활동을 통해 직업환경의학의 영향력을 확대하겠습니다. 의료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디지털헬스 및 빅데이터 동향을 적극 도입하여 우리 회원들의 관심영역을 확장하고,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촉진하겠습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학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저는 이 여정을 함께하여, 학회 발전을 이끈 대표 심부름꾼으로 기억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