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주파수 전자기장의 뇌종양 유발가능성
최근 세계 보건 기구는 호주 연구진(Karipidis 등)에게 휴대폰 무선주파수 전자기장 (Radiofrequency-Electromagnetic field, RF-EMF)의 뇌종양을 포함한 암 발생 가능성에 대해 체계적인 문헌고찰을 의뢰하였습니다. 발표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논문링크>
이 논문의 하이라이트
1.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RF-EMF 노출은 뇌종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 방송 안테나나 기지국에서 나오는 RF-EMF은 소아암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3. 직업상 RF-EMF에 노출되더라도 뇌종양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
(1) 휴대폰에서 머리로 조사되는 근거리 RF-EMF는 성인과 소아에서 신경교종, 수막종, 청신경종, 뇌하수체 종양, 타액 종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다.(중등도의 확실성)
(2) 초기 무선전화에서 머리로 조사되는 근거리 RF-EMF는 신경교종, 수막종, 청신경종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다.(낮은 확실성)
(3) 방송 안테나나 기지국과 같은 고정된 송신기에서 전신으로 조사되는 원거리 RF-EMF는 소아백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으며 (중등도의 확실성), 소아 뇌종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다(낮은 확실성). 성인 암과의 연관성을 검토해 볼만한 질 좋은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4) 직업성 RF-EMF 노출은 뇌종양, 신경교종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있으며 (낮은 신뢰성), 백혈병에 대해서는 연관성을 검토해 볼만한 질 좋은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휴대폰에서 머리로 조사되는 근거리 RF-EMF
위 결론 중 휴대폰에서 머리로 조사되는 근거리 RF-EMF 노출이 각종 뇌종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휴대전화의 고주파-전자파와 뇌종양의 관계: RF-EMR 노출-결과 평가를 위한 다양한 대리지표를 사용한 메타분석>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Environmental Health 저널에 출판하였습니다. <논문링크>
노출지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Karipidis 등의 리뷰 논문은 휴대폰 전자파의 노출 산정 방식이나 논지의 전개가 그간 출판된 메타분석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방식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2019년에 깨달았습니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의 노출지표로서 휴대전화 통화의 사용연수, 뇌종양과 같은 쪽으로 사용했는지 반대쪽으로 사용했는지 (환자-대조군 연구의 경우 노출을 후향적으로 파악하게 되므로), 하루 통화시간, 한달에 통화를 몇 회 몇 시간이나 했는지 등을 사용했습니다.
어떤 연구는 노출평가의 바이어스를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 통신사의 통화기록을 받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대리 지표 (proxy indicator)들은 정확한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을 가리킨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확한 노출 평가의 전제 조건
(ⅰ)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적분해야 하며,
(ⅱ) 특정 뇌 부위 조직에 가해진 전자파의 양을 합산해야 하며,
(ⅲ) 해당 뇌조직이 전자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는 Auvinen 등이 2006년 제안한 방식입니다 <관련논문링크>
하지만, 이러한 평가가 가능할까요?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휴대전화의 이동통신 세대(3G, 5G 등)별로, 제조사별로, 그리고 시골에서 사용하느냐 도시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방출되는 전자파의 양이 달라집니다. 전자파 저감기술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의 휴대전화 모델과 그 이전의 모델 간의 차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려면,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사용하는 헬멧 형식의 전자파 측정 기기를 쓰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노출지표의 정확성 증가에 따른 변화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노출지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가령 덜 정밀한 노출지표에서 더 정확한 노출지표로 바뀌면 뇌종양의 위험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저는 메타분석을 통해,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RF-EMF의 노출이 노출지표의 정확성의 정도에 따라 어떤 양상을 나타내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서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의 역학연구는 대부분 모두 휴대폰의 통화시간 만을 전자파 노출의 대리지표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폰을 거의 대부분의 시간에 사용합니다. 심지어 밤에 알람으로 쓰기 위해 머리맡에 두고 자기도 합니다. 거기에다가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이어폰 같은 개인영역무선통신(Wireless Personal Area Network; WPAN) 기술이 추가되면서 노출평가는 더 복잡해집니다. WPAN 기술을 사용하면 휴대전화를 머리에 딱 붙이고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대리지표를 이용한 메타분석연구 결과 소개
이제 <휴대전화의 고주파-전자파와 뇌종양의 관계: RF-EMR 노출-결과 평가를 위한 다양한 대리지표를 사용한 메타분석>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저의 메타분석 논문 결과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논문링크>
이 연구는 2024년 7월 10일까지 PubMed, EMBASE, Cochrane Library를 통해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최종적으로 19개의 환자-대조군 연구와 5개의 코호트 연구가 포함되었습니다.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
노출지표: 휴대폰 사용여부, 10년 이상과 이하, 같은쪽/반대쪽
휴대전화 미사용자 vs 휴대폰 사용자(같은쪽 뇌종양) : 통합 오즈비 1.40 (95% CI 1.21-1.61)
휴대전화 미사용자 vs 휴대폰 사용자(10년이상): 통합 오즈비 1.27 (95% CI 1.08-1.48)
그 외에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암종별로 세분화
휴대전화 미사용자 vs 휴대폰 사용자 : 뇌수막종 오즈비 0.86 (95% 신뢰구간 0.77-0.95)
미사용자 vs 휴대폰 사용자 (같은쪽 뇌종양) 에서의 오즈비
- 뇌수막종 1.20 (95% CI 1.04-1.39),
- 신경교종 1.45 (95% CI 1.16-1.82)
- 악성종양 1.93 (95% CI 1.55-2.39)
* 반대쪽 뇌종양은 유의하지 않았음
누적 통화사용시간을 이용한 분석
휴대폰 사용자 (896시간 이상), 통합 오즈비는 1.59 (95% CI 1.25-2.02)
- 신경교종 통합오즈비 1.66 (95% CI 1.13-2.44)
- 수막종 통합오즈비 1.29 (95% CI 1.08-1.54)
- 청신경종 통합오즈비 1.84 (95% CI 0.78-4.37)
누적 사용 시간을 고려한 각 개별 연구에서 가장 높은 오즈비를 보였던 경우는
- 신경교종 : 2.89 (95% CI 1.41–5.93) (양쪽 사용, > 896시간)
- 뇌수막종 : 2.57 (95% CI 1.02–6.44) (양쪽 사용, > 896시간)
- 청신경종 : 3.53 (95% CI 1.59–7.82) (동측 사용, > 1,640시간)
이렇게 환자-대조군 연구들만을 대상으로 오즈비를 합성해 보아도, 휴대전화 전자파의 노출지표가 단순한 지표에서 정밀한 지표로 바뀌면, 합성 오즈비가 증가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코호트 연구의 결과
출판된 코흐트 연구의 결과들을 합성해 보았을 때는 뚜렷하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된 위험을 보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점추정치만 보았을 때 청신경종은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한 경우 합성 상대위험도 1.26 (95% CI 0.98-1.61)
휴대폰은 10년 이상 사용한 경우 합성 상대위험도 1.61 (95% CI 0.91-2.85)
휴대폰 사용이 뇌종양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제 논문의 결론은 Karipidis 등의 2024년 논문의 결론과는 다릅니다. Karipidis 등은 단순히 통상적으로 사용되던 방식으로 노출평가를 적용했지만, 저는 더 정밀한 대리노출지표를 변화시켜가며 양상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었습니다.
위의 Karipidis 등의 논문에 대해서, 그간 스웨덴의 Lennart Hardell이 반박 레터를 준비 중이기도 합니다. 그는 그동안 30여편이 넘는 휴대폰 전자파의 뇌종양 유발 위험과 관련된 역학연구를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휴대폰 전자파의 뇌종양 유발 위험에 대한 논쟁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글쓴이: 문진영(독립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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