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이 감소했는데 왜 콜레스테롤이 증가할까?
지난 10여 년간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체중이 감소했는데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사례들을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제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진행한 체지방 감량 캠페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00명의 신청자 중, 60일간 체지방률을 3%포인트 이상 줄이는 데 성공한 사람은 12명이었습니다. 체중을 감량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지표들이 호전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성공자 중 건강진단 판정이 달라질 만큼 호전된 사람은 단 4명뿐이었습니다.
성공자 중 LDL콜레스테롤이 판정 수준이 달라질 만큼 증가한 사람은 5명으로 오히려 많았습니다. 체중 감량 전 90이었던 LDL콜레스테롤이 152로 증가한 성공자도 있었고, 176에서 208까지 증가한 성공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대와는 정반대의 검사결과를 받게 된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도록 안내했습니다. ‘성공적’이었던 다이어트를 계속해서 실천할 경우 오히려 건강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 신화에 도전하기
몇몇 참가자들은 안내를 받은 후 즉각적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습니다. 본인들도 많이 놀랐기 때문입니다. 모든 만성질환 가이드에서 권장하듯이 체중과 체지방을 줄였는데 오히려 LDL콜레스테롤이 증가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그 환자는 더이상 진료실에서 만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증가한 LDL을 낮추면서 동시에 개선된 체중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면, 그 환자는 큰 신뢰감을 갖고 계속해서 진료실을 찾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질병과 생활습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필요한 이유이며, 그 지적 역량이 환자 관리에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이런 환자들을 만나면 우선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물성 단백질, 식용유(식물성 기름), 설탕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식단을 평가할 때 문제가 되는 요인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은 닭가슴살, 그릭요거트, 달걀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콜레스테롤 증가의 원인을 염두에 두고 식단에 대해 답을 할 때 빼먹고 진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닭가슴살을 포함한 동물성 단백질과 그릭요거트를 포함한 우유의 단백질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설명하고 나면, 그제야 본인이 그릭요거트에 불루베리를 넣어서 아침에 먹고, 저녁에 샐러드에 닭가슴살 추가해서 먹고, 달걀도 정기적으로 먹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떨 때는 집요하게 요즘 인기가 높은 동물성 단백질 음식에 대해 캐물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탄수화물을 줄이고, 가공식품도 먹지 않기 때문에 동물성 단백질이 콜레스테롤 증가의 주요한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의 이전 칼럼을 다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물성 단백질 용량반응 관계
지난 제87호 오이레터에서 소개한 닭가슴살, 양배추, 아몬드 기반의 식단을 철저히 유지하며 운동을 열심히 했던 A씨의 추적검사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루 3번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주 5~6회 90분씩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했는데도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은 각각 212, 71, 58, 145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4주간 저녁 식단만 닭가슴살 대신에 두부로 바꾸자 해당수치가 187, 73, 58, 114로 호전됐습니다.
여전히 아침과 점심은 닭가슴살을 열심히 챙겨 먹고 있지만, 저녁 한 끼만 닭가슴살을 두부로 바꿨을 뿐인데, 10년간 한 번도 200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던 콜레스테롤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앞으로 단백질 파우더도 유청 기반에서 대두 기반으로 바꾸고, 점진적으로 단백질도 식물성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됐습니다.
이분이 콜레스테롤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는 아버지가 36세에 뇌출혈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가족력을 극복하고자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했는데도 정상화되지 않던 콜레스테롤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닭가슴살을 1덩어리만 덜 먹어도 콜레스테롤이 30가량 감소하는 것을 보면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통 동물성 단백질을 더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4주만에 LDL이 60 가까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A씨는 추가적인 LDL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건강상태 호전 없는 체중 감소: 한방 다이어트
이번 체지방 감량 캠페인에서 인상적인 또 다른 사례는 한방 다이어트로 2달간 체중이 10kg 감소했고, 체지방률도 3%포인트 감소한 D씨입니다. 체중이 10kg이나 줄었는데도, 놀랍게도 고지혈증과 간기능 수치 모두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은 각각 275, 262, 50, 185에서 276, 210, 44, 190으로 큰 변화가 없었고, 간수치도 GOT, GPT, rGTP가 각각 41, 75, 64에서 42, 70, 35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약과 침을 맞은 후 식단과 신체활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음에도 체중이 급격히 빠져서 깜짝 놀랐고, 체중이 10kg 감소했는데도 혈액검사 결과가 전혀 변화가 없어서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생활습관이 건강하게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체중이 감량되더라도 건강해지진 않는다는 것을 한방 다이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중감량 자체가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D씨에게는 고지혈증과 지방간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 의지가 매우 낮고, 약을 처방해야 정기적으로 상담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장내시경의 부작용: 콜레스테롤 증가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C씨와 같이 종합검진에서 평소보다 LDL 수치가 유독 높게 나온 사례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만약 독자분들이 유사한 사례자를 만나게 될 경우 이번 종합검진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이틀 동안 식이섬유 섭취를 줄이고, 달걀이나 고기 등 동물성 단백질, 흰빵, 흰죽과 같은 음식들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장내시경을 받았다고 한다면 검사 전 이틀 동안 어떤 음식을 주로 먹었는지, 동물성 단백질, 식용유, 설탕에 초점을 맞춰서, 좀 더 상세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런 음식들을 종함검진 받기 직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먹고 있는지 확인하고 난 후 추적검사를 하면, 매우 유익한 교훈을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고, 환자로부터 신뢰도 얻을 수 있습니다.
환자로부터의 신뢰는 조언의 효능을 높인다
의사의 조언이 과거 검사결과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 실제 조언대로 실천했을 때 예상했던 결과를 경험하게 되면 환자들은 그 의사를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신뢰는 의사의 말이 더욱 강력한 효능(potency)을 발휘하게 만듭니다.
전향적으로든, 후향적으로든 환자들의 건강상태를 설명하고 잘 예측할 수 있도록 질병과 생활습관에 대한 지식을 쌓고, 환자의 준비 상태에 적합한 조언을 한다면 얼마든지 약물보다 강력한 생활습관 의학적 접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기억해야 할 건강한 식단의 “만트라(manta)”는 ‘동물성 단백질 대신 식물성 단백질’, ‘식용유로 튀기거나 볶은 음식 최소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 최소화’, ‘밥(빵, 국수)보다 2배 많은 채소 함께 먹기’, ‘백미나 백밀이 아닌 현미와 통밀’ 등 기본적인 5가지입니다. 이것이 자연식물식(wholefoods, plant-based diet, WFPB diet)의 만트라입니다.
물론 이 만트라를 누구나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들이 먼저 4주간이라도 실천보고 그 경험을 살려서 상담해야, 이 만트라가 제대로 효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 모두 이 효능을 경험하고 나면, 그 상호작용이 쌓여감에 따라 자연식물식 만트라의 효능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작가소개
이의철 선생님은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DipIBLM/KCLM)를 취득하셨고,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이 있고, 공역서로는 <미래를 여는 헬스케어 솔루션>, <자연식물식 솔루션>,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