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93호]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판결현황
중대재해 수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3개의 기관이 현장조사 또는 수사를 개시합니다.
① 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사고현장조사, 작업중지 등 행정명령
② 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
③ 경찰(시·도경찰청 포함):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대한 수사
노동청과 경찰의 수사가 종료되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됩니다. 노동청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송치하고, 경찰은 자체 판단에 따라 송치합니다.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최종적으로 기소여부를 판단합니다. 기소가 되면 법원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법률신문] 진행절차에 따른 기업의 대응법(1)
수사란 무엇일까요?
수사란 형벌법규를 위반한 범인을 발견 확보하고 증거를 수입 보전하며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 하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수사기관의 일체의 활동을 말합니다.
[대검찰청] 형사사건 처리절차
영어로는 Criminal investigation입니다. 범죄를 조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수사하는 사람은 investigator, 우리말로는 수사관 또는 조사관이라고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대상
제1조 (목적) "이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중대산업재해의 처벌대상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입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조사의 대상은 주로 중대재해 등이 발생한 직접적 원인과 당해 사업장과 이를 관할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 전체와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경영책임자가 조사의 대상이 됩니다.
형법에 따라 개인의 범죄행위를 입증해온 검찰에게 사업주나 법인의 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기업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경영 책임자가 실행해야 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은 업종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수사의 특성과 한계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한 수사는 모든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요?
수사는 처벌을 목적으로 현행 법령 위반 여부를 따지는 조사입니다. 수사관은 법령으로 정하지 않은 원인은 수사 대상에서 포함시키지 못하며, 사고와 법 위반과의 명확한 인과관계에만 집중합니다.
수사과정은 일반적으로 비공개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사건 초기에 사회적으로 교훈을 삼기 어렵습니다. 판결문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므로 이마저도 재발방지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아닌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조력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수사관들은 사후 확증편향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의자는 묵비권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해조사란
재해조사는 영어로 Incident investigation이라고 합니다. 재해를 Accident라고 할 수도 있지만 incident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Accident는 과거에는 계획되지 않은, 원치 않는 사건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용어로 무작위적이고 예방할 수 없었던 사건을 의미합니다. 반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망, 부상은 예방이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미국 OSHA에서는 incident 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재해조사 - 원인을 분석, 해법을 제시하고, 공개한다
재해조사의 대표적인 예로는 화학사고조사, 항공철도사고조사 등이 있습니다. 항공사고나 철도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에 관한 정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원인을 규명하여 항공철도안전에 관한 안전권고를 내립니다. 이러한 업무를 위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됩니다.
이러한 재해조사는 수사와 목적이 다릅니다. 일단 조사는 독립성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도록 구조화됩니다. 은폐를 최소화하기 위해 처벌을 목적으로 삼지 않습니다. 해당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합니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해 사고조사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유사사고의 방지대책을 관계기관에 권고 또는 건의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안전권고(safety recommendation)에 대한 이행여부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안전권고는 강제성이 없지만,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회사는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안전권고가 실현되도록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재해조사
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사고현장조사를 하고, 작업중지 등 행정명령을 합니다.
사업주가 작업을 재개하려면 법 위반사항을 포함한 총체적인 원인조사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작업중지 해제 심의위원회에서 수립한 대책을 발표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과정에서는 당국의 수사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재해조사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당국의 중대산업재해 수사 결과 중 대표적인 사례들은 2023년부터 백서의 형태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특별사고조사의 필요성
향후 산업안전보건부문에도 화학, 항공, 철도 부문처럼 재발방지와 교훈도출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적인 사고조사 제도가 필요합니다.
2019년 안전보건공단에 중앙사고조사단이 신설되었습니다. 설립 목적은 전문적이고 권위있는 '안전권고'의 도출이었으나 현재는 고용노동부 수사지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공단은 자체적인 조사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중대재해 원인조사와 별도로 고용노동부장관이 특별사고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속한 원인분석과 대책마련이 이루어진다면 중대재해를 감소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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