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7일 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2년 9개월째 접어 드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중대재해처벌법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적용
우선,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2년간 더 유예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민주당이 유예를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와 영세사업장 지원을 제시하였으나,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시행이후 기소와 선고 현황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2024년 6월 기준) 500건 이상의 중대재해 사건 중 기소된 사건은 전국적으로 총 52건이고, 그중 17건이 선고되었습니다. 17건중 2건은 실형(징역 1년, 징역 2년)이 선고되었고, 나머지 15건은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법률신문 2024년 6월 26일 기사 - 진행절차에 따른 기업의 대응법(1))
최고 금액이 선고된 삼강에스앤씨 추락사망사건
추락사망사고로 선박수리업체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이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삼강에스앤씨 법인에게는 벌금 20억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선고된 벌금 중 가장 높은 금액입니다.
이러한 선고의 배경을 보면, 아래과 같은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 1년 내 이미 2명의 노동자로 연달아 산재로 사망한 상황에서 다시 3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 재판과정에서 사업주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 사고발생에도 불구하고 난간이나 작업대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
- 시간과 비용 절약을 근로자 안전보다 우선한다는 회사의 입장은 일관되었다
재판부는 이 사업장의 처벌의 수준이 낮을 경우 또 산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사] 중대재해법 위반 삼강에스앤씨, 역대 최고 벌금 20억 원 나왔다
수사단계에서 처음으로 대표가 구속된 아리셀 화재참사사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인 총괄본부장이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박순관 대표는 본인이 책임경영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처벌을 회피하려고 하였으나, 실제 경영상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리셀은 사업시작 후 적자가 계속되자 노동력 투입위주의 무리한 생산을 강행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불법 파견받습니다.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화시켰고,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후에도 약 4개월간 공석으로 방치했고, 이후 전지안전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인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하였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파견 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법 파견 적발을 우려해 산재를 은폐하였습니다.
[기사] ‘23명 화재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기소…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열사병 사망사고에 대한 첫번째 기소
2024년 7월 1일에는 열사병으로 건설현장의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한 재해에 대해 원청업체 대표이사를 기소하였습니다. 열사병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직업성 질병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찰은 원청사가 열사병에 대한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나 중대 산업재해를 대비한 지침을 갖추지 않았으며,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현장 소장들이 폭염경보 속에서 작업하던 하청근로자에게 휴식 시간, 휴게 장소 및 음료 제공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사] 열사병재해에 대한「중대재해처벌법」적용 첫 기소사례
중대산업재해 기소, 대부분 유죄가 선고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개념의 불명확성,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 인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법원에서 상당수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소 사건들은 대부분 유죄(실형,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이러한 조건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는 적절하게 무혐의로 처분하였기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고의 및 예견가능성, 인과관계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처벌받는다”고 가이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이례적, 돌발적 행동으로 인한 경우나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한 경우 내사종결하거나 무혐의로 보았습니다.
[기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2년 분석 및 시사점
[기사] 무혐의 중대재해사건 살펴보니…
법원의 판단근거 요약
법원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해 직접적 인과관계와 2차적 인과관계라는 다단계적 인과관계에 따라 인과성의 논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2차적 인과관계는 안전보건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것, 직접적 인과관계는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안전보건조치 위반 전력, 동일 재해의 반복 발생, 재발방지노력, 피고인의 반성 등과 같은 요소들이 반영되었습니다. 양형 수준에 따라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판결의 논리로 포함되어, 처벌의 강도가 결정되고 있는 것도 시사점이 큽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제 시작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불구하고, 산재발생은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판례가 이제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감소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앞으로 몇 년간 다양한 판결사례들이 축적되면, 산업안전보건을 위해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명료해질 것입니다.
[기사] ‘설마가 현실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