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NEJM에 "Microplastics and Nanoplastics in Atheromas and Cardiovascular Events"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인체 내 미세 플라스틱과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세계 최초의 연구입니다.
사람의 소변, 대변, 혈액, 모유 등의 검체뿐만 아니라 혈관, 간, 폐 등의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보고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환경으로 유입되어 먹이사슬을 통해 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축적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공기 중에도 검출되며, 호흡을 통해 흡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출로 건강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있었으나,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제 관찰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보고된 것은 처음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이번 연구는 무증상 경동맥 질환으로 경동맥내막절제술(carotid endarterectomy)를 받은 257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관찰 연구입니다. 수술로 제거된 경동맥 죽상경화반(carotid plaque) 검체 중 58.4%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연구대상자들을 평균 33.7개월 동안 추적 관찰하였는데,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그룹은 비검출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또는 사망의 위험이 4.53배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환자군 연구라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 특정 조직에 존재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논문] 상경화반 및 심혈관 사건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플라스틱, 2024
미세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저희 연구팀에서도 건강한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연구참여자의 혈액 내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직경이 20~50μm에 달하는 큰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도 검출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미세 플라스틱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세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방법
최근 ‘물을 끓이면 미세플라스틱이 사라진다’는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광저우 지난대 에디 쩡 교수팀이 올해 2월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수돗물을 끓이면 미세 플라스틱을 90%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석회질이 많은 경수(hard water)를 끓이면 물 속의 탄산칼슘이 응집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경수를 끓이면 탄산칼슘이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응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돗물처럼 탄산칼륨과 같은 무기질이 적은 연수(soft water)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기사] 물, 끓이기만 해도 나노·미세 플라스틱 최대 90% 제거된다, 2024
[논문] 수돗물을 끓여 마시면 나노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2024
본격적인 미세 플라스틱 연구 필요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중요한 건강문제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고, 이로 인한 건강위험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과학계는 미세 플라스틱의 건강 영향을 보다 명확히 밝히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헌신, 그리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우리도 발빠르게 대응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이동욱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