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정신건강의 5가지 핵심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은 일터정신건강 개입을 위한 5가지 핵심프로그램을 제시합니다.
1) 조직적 개입: 심리사회적 위험의 평가, 수정, 완화, 제거
2) 관리자 및 근로자 교육: 근로자를 언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알게 하는 것
3) 개인적 개입: 심리사회적 개입과 신체활동
4) 업무복귀프로그램: 업무복귀 후 정신건강의 악화를 줄이기 위한 다중적 개입
5) 일자리회복프로그램: 정신장해를 가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다중적 개입
정신건강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직장은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만 주는 곳일까요? WHO 가이드라인은 직장이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직장은 근로자들이 자기발전, 경제력,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신건강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일을 갖고 있다면 정신건강의 개선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신장해를 가진 근로자들은 직장 내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받는 경향이 생깁니다. 따라서 낙인(stigma)을 개선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중적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관리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
WHO 가이드라인은 '관리자 교육'을 특별하게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일터정신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만연해 있는 직장내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학령기 집단에서의 폭력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나, 성인기 이후 직장에서 벌어지는 따돌림, 심리적 폭력은 공개하거나 논의되는 것을이 금기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리자 교육은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효과를 개선하고, 지원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식별하여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근로자 교육의 목표를 구체화하고 효과를 검증할 것
우리나라에서 직무스트레스 예방교육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가이드라인 개발팀이 근로자 교육의 효과에 대한 증거를 리뷰한 결과, 대부분의 교육이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개선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교육은 권고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근로자 교육은 정신건강에 대한 경각심과 지식을 함양하여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근로자 교육 중 '지식증진, 낙인효과개선, 도움을 구하는 행동'에 유익한 영향이 검증된 사례로 '자살예방 게이트키퍼(gatekeeper) 교육'을 제시합니다. 게이트키퍼교육은 역량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근로자 교육의 목표에 충실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보다 효과적인 마음챙김 기반 프로그램
개인적 관리는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한 상담프로그램이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음챙김(mindfulness)에 기반한 상담 프로그램으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이드라인 개발팀이 문헌을 리뷰한 결과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낮은 효과를 보였으나, 마음챙김에 기반한 프로그램은 중간 이상의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온라인 전자심리학적 개입은 불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 증상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유산소 운동이나 웨이트 트레이닝과 같은 신체운동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해로운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가이드의 곳곳에서 신체활동을 권장하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WHO에서 발간한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관리 가이드북의 한국어판(PDF)
정신건강 선별검사는 권고사항에 포함하지 않음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 선별검사는 흔하게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서는 선별검사 프로그램을 권고사항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가이드라인 개발팀에서 문헌을 리뷰 결과 정신건강 선별검사는 정신건강증상을 감소시키지 못했으며, 정신건강증진에 긍정적 영향도 없었습니다. 반면에 거짓긍정반응 및 거짓부정반응이 흔하게 있었고, 근로자들이 비밀누출을 우려하여 자신의 증상을 축소보고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위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별검사를 시행해야 할 상황이 있다면 다음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 양성으로 판단된 사람들을 위한 후속조치 마련
2) 후속조치를 위해 전문적인 자격을 갖춘 공정한 의료제공자의 참여
3) 프라이버시와 기밀보장
4) 인권의 원칙과 윤리적 고려사항의 준수
더 위험한 집단에 대한 대책
가이드라인은 정신건강에 취약한 근로자집단에 대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대상 집단은 의료진, 응급구호팀, 인도주의적(humanitarian)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집단이 특별히 언급된 것은 이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조직적 개입은 장시간 근무, 교대근무와 같은 업무스케줄의 변화를 포함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여에 기반한 조직적 개입을 권고
조직적 개입은 개인적 개입에 비해 복잡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고려되어야 하고,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조직적 개입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증거의 확실성은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적 위험요인들에 대한 증거는 충분합니다. 따라서 이를 줄이거나 없애려는 개입은 정신건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조직적 개입을 권고합니다. 특히 작업배정이나 직무설계 시 근로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정신건강 개선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조직적 개입을 위해서는 업무와 정신건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다만 정신건강을 모니터링할 때 개개인의 정신건강상태가 공개되지 않은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개별적 프로그램을 넘어,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현재 일터정신건강의 개입은 조직적 개입보다는 개인적 개입 위주로 이루어 집니다. 이러한 편향적인 개입은 정신건강의 문제를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상 '사업주의 직무스트레스 관리 의무'에 따라, 직무스트레스, 감정노동, 직장폭력 등 조직적 개입을 위한 설문조사, 근로자 대상 직무스트레스 예방 교육, 정신건강 선별검사 등이 활발하게 시행되는 편입니다. 그러나 각 개입 간의 연계성의 부족하여 개입의 효과는 낮습니다.
이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가운데, 선물처럼 공개된 WHO 일터정신건강 가이드라인은 증거에 기반하여 일터정신건강 개입프로그램의 구성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에서는 WHO "Mental health at work" 가이드라인 번역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어판이 발간되면, 오이레터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송한수 (오이레터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