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바다에서 일해 온 해녀의 몸은 추위에 어떻게 적응했을까요? 바다가 만든 몸:
직업환경의학이 해녀에게 배우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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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생리학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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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생리학 연구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해녀는 얇은 무명 물옷 한 장만 입고 물에 들어갔습니다. 이 시기 연구는 이후 한국과 일본 여성 잠수부의 생리를 소개한 1967년 고전적인 글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1963년 발표된 연구를 보면 그 노출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27℃ 바다에서 70분 동안 일하고 나오자 구강온도가 35℃까지 떨어졌습니다. 겨울에는 10℃ 바다에서 15분을 일한 뒤 구강온도가 33℃까지 내려갔습니다. 1월에 기록된 최저 구강온도는 32.5℃였습니다. 피부온도까지 고려한 평균체온은 여름 34.6℃, 겨울 30℃였습니다.
오늘날 실험실에서는 윤리적으로 유도하기 어려운 수준의 저체온입니다.
몸은 여기에 대사로 대응했습니다. 같은 마을에 살며 같은 음식을 먹는 비해녀 여성의 기초대사율은 계절에 따라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해녀는 여름에는 표준치보다 약 5%, 겨울에는 35%까지 높아졌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열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몸이 떨기 시작하는 물의 온도도 달랐습니다. 연구대상자의 절반이 떨기 시작한 수온은 해녀 28.2℃, 비해녀 여성 29.9℃, 한국 남성 31.1℃였습니다. 해녀는 비해녀 여성보다 약 1.7℃ 더 차가운 물에서도 떨지 않았습니다. 피하지방 두께가 비슷해도 해녀의 몸 조직이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막는 능력이 더 크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초기 연구들을 1973년 종합한 연구에서는 겨울철 기초대사율 증가 뿐 아니라 열을 보존하는 능력과 말초혈관의 반응까지 해녀의 한랭 적응 특징으로 정리했습니다.
요약하면 무명 물옷 시대의 한랭 적응은 ‘더 많이 열을 만들고, 더 늦게 떨고, 열을 덜 빼앗기는’ 세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형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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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무렵 고무 잠수복이 보급되면서 해녀의 체온 조절도 몇 년 사이에 달라졌습니다. 1991년 해녀의 한랭 잠수를 종합한 연구에 따르면 잠수복을 입기 전에는 물질하는 동안 심부체온이 평균 2.2℃ 떨어졌지만, 잠수복을 입은 뒤에는 하강폭이 0.6℃로 줄었습니다.
1980년부터 3년 동안 해녀를 추적한 연구는 1960년대와 같은 방법으로 한랭 적응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기초대사율의 계절 변화는 잠수복 착용 3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몸 조직이 열 손실을 막는 능력도 약 3년, 손가락의 혈류 반응은 4년, 몸이 떨기 시작하는 물의 온도는 약 5년 만에 비해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1980년까지만 해도 해녀는 비해녀보다 2~3℃ 더 차가운 물에서야 몸을 떨기 시작했지만, 1982년에는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점은 1980년대 해녀의 피하지방이 1962년에 비해 약 2.4배 두꺼워졌다는 사실입니다. 강한 한랭 자극이 줄면서 몸이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이 여성들에게 한때 한랭 적응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추가 증거”라는 취지의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렇다면 고무 잠수복 시대의 해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요?
2017년 해녀의 한랭 적응과 노화를 종합한 연구는 전체적인 한랭 적응이 줄어든 뒤에도 얼굴과 손 같은 부위에는 추위에 적응한 특징이 일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2018년 고령 해녀를 12℃의 차가운 공기에 60분 동안 노출한 연구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평균 70세의 고령 해녀는 젊은 비해녀나 고령 비해녀와 심부체온 변화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피부온도는 더 많이 떨어졌고, 추위에 대응하면서 소비한 에너지는 고령 비해녀보다 적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열을 더 만들어내는 대신 피부를 통해 빠져나가는 열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또 고령 해녀에게서 잠수할 때 심박수가 느려지는 반응이 유지된다는 현장 연구도 있었습니다. 사람은 숨을 참고 물에 들어가면 산소를 아끼기 위해 심박수를 낮추는데, 이를 ‘잠수 반사’라고 합니다. 은퇴한 해녀에게도 손가락 혈관이 추위에 반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남아 있다는 연구도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해녀 30명, 제주 비해녀 30명, 서울 대조군 31명을 비교한 유전체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특정 유전변이를 하나 더 가지고 있을 때 이완기 혈압이 약 10 mmHg 낮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는데, 이 변이는 제주 거주자에서는 33%, 서울 대조군에서는 7%에서 확인됐습니다. 숨을 참고 잠수하는 상황을 재현했을 때 심박수 감소도 달랐습니다. 해녀는 분당 18.8회, 제주 비해녀는 12.6회 감소했습니다. 해녀가 숨을 참은 시간은 27초로 대조군의 39초보다 오히려 짧았는데도 심박수는 더 크게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혈압 차이는 유전적 특성과, 심박수 감소 반응은 오랜 잠수 경험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무명 물옷 시대에는 대사를 높여 열을 더 만들어내는 적응이 뚜렷했습니다. 잠수복이 보급된 뒤 이러한 대사성 적응은 몇 년 안에 사라졌지만, 열 손실을 줄이는 방식과 잠수에 대한 반응은 남아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는 이 두 번째 시대의 해녀에게 한 가지를 더 물은 셈입니다.
“그렇다면 열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은 어떤 상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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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추위에 맞서 체온을 지키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근육을 떨어 열을 만드는 떨림 열생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갈색지방조직에서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비떨림 열생성입니다. 갈색지방조직은 열을 만드는 데 특화된 지방입니다. 이 지방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UCP1이라는 단백질이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데 관여합니다. 문제는 사람의 갈색지방조직이 얼마나 활동하는지 직접 확인하려면 PET/CT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혈액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간접 지표를 찾았습니다.
첫 번째는 오렉신(orexin)입니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신호물질로, 각성과 식욕뿐 아니라 교감신경계를 통해 갈색지방조직의 열생성을 조절합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오렉신이 부족하면 갈색지방조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이리신(irisin)입니다. 운동하거나 몸을 떨 때 근육에서 분비되는 신호물질입니다.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처럼 열을 만드는 성질을 갖도록 하는 ‘갈변화’에 관여합니다.
요컨대 오렉신은 비떨림 열생성 쪽, 아이리신은 떨림 열생성 쪽에 가까운 표지자입니다. 두 호르몬을 함께 보면 해녀가 어떤 방식으로 추위에 대응하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 연구들은 대부분 세포나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했거나, 사람의 몸 일부만 추위에 노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람에게, 그것도 반세기 동안 추위에 노출된 집단에게 적용한 자료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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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제주해녀박물관과 어촌계의 도움으로 물질 경력 50년 이상인 해녀 21명을 모셨습니다. 대조군은 제주에 살지만 해녀로 일한 적이 없는, 나이와 체격이 비슷한 여성 25명이었습니다.
평균 연령은 해녀 68.05세, 대조군 65.39세였습니다. 체질량지수도 각각 24.89와 25.20 kg/m²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인 분과 현재 흡연자는 제외했습니다. 46명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대상자를 모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 건강하면서 물질 경력이 긴 고령 해녀를 소개받고, 관계를 쌓고, 연구에 참여하도록 모시는 데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섭외하는 동안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연구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희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3년에 걸쳐, 50년의 시간을 제주 바다와 함께해온 해녀들을 기록했습니다.
실험은 천안의 인공기후실에서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진행했습니다. 하루 중 시간에 따라 생기는 생리적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25℃ 방에서 60분간 안정을 취한 뒤, 5℃로 맞춘 방에서 양발을 15℃ 물에 30분 동안 담갔습니다.
이번 연구의 특징 중 하나는 체온을 측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고막온도만 측정하지 않고 피부온도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가슴·위팔·허벅지·종아리의 피부온도를 이용해 평균피부온도를 구했습니다. 고막온도와 피부온도를 함께 이용해 평균체온도 계산했습니다.
몸속 깊은 곳의 체온과 피부에서 나타나는 체온 반응을 함께 평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체온은 10초 간격으로 계속 측정했고, 혈액은 냉수에 발을 담그기 직전과 직후 두 차례 채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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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동안 냉수에 발을 담근 뒤 두 집단 모두 체온이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떨어진 정도가 달랐습니다.
해녀의 고막온도는 36.70℃에서 36.68℃로 0.05% 내려간 반면, 대조군은 36.76℃에서 36.39℃로 1.00% 내려갔습니다. 평균체온도 해녀는 36.50℃에서 36.46℃로 0.1%, 대조군은 36.45℃에서 36.21℃로 0.66% 감소했습니다.
실험 전에는 두 집단의 체온에 차이가 없었지만, 실험 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생겼습니다.
같은 추위에 노출됐는데 해녀의 심부체온은 훨씬 덜 흔들린 것입니다.
호르몬은 더 흥미로웠습니다.
오렉신은 해녀에서 12.17→12.95 ng/mL, 대조군에서는 10.37→11.25 ng/mL로 모두 증가했습니다. 아이리신도 해녀에서 4.83→5.36 ng/mL, 대조군에서 3.73→4.18 ng/mL로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해녀는 냉 자극을 받기 전부터 두 호르몬 모두 대조군보다 높았고, 자극 뒤에도 높았습니다.
둘째, 증가폭은 대조군에서 더 컸습니다. 오렉신 증가율은 해녀 6.41%, 대조군 18.13%로 대조군이 2.83배 높았습니다. 아이리신 증가율은 해녀 10.97%, 대조군 12.06%로 비슷했습니다.
저희는 해녀가 열생성 관련 호르몬의 기저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작은 변화만으로 체온을 지켰고, 대조군은 더 큰 호르몬 변화로 대응했지만 체온은 더 많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특히 차이가 컸던 쪽이 비떨림 열생성과 가까운 오렉신이었습니다. 저희 논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일반인이 갑작스러운 추위에 노출됐을 때 비떨림 열생성에 더 크게 의존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만성적으로 추위에 노출되는 해녀와 달리 간헐적으로 찬물에 노출되는 스쿠버 다이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떨림 열생성과 관련된 FGF21은 냉수에 들어간 뒤 증가했지만 아이리신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결과와 방향이 비슷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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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는 분명합니다. 참가자는 46명이고, 평균 연령이 60대 중후반인 여성들입니다. 경력 50년 이상이면서 건강한 해녀를 그 이상 모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또 한 시점에서 해녀와 비해녀를 비교한 연구이기 때문에 ‘해녀로 오래 일해서 추위에 적응한 것’과 ‘원래 추위에 강한 사람이 해녀로 오래 남은 것’을 이 자료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갈색지방조직의 존재와 활동을 PET/CT로 직접 확인하지 못했고, FGF21 같은 다른 열생성 관련 지표도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결과를 ‘해녀가 추위에 강하다는 증명’으로 읽기보다, ‘고무 잠수복 시대의 고령 해녀에게도 체온 조절의 차이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는 관찰로 읽는 편이 정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2025년 유전체 연구가 나오면서 그림이 조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유전적 특성을 가진 제주 인구에서 50년의 직업적 노출이 더해졌을 때 몸에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를, 저희 자료가 한 조각 보여 준 셈입니다.
유전인지 훈련인지를 가르는 것보다 둘이 어떻게 겹치는지를 묻는 편이 다음 연구의 질문으로 더 알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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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해녀는 한랭 노출 작업자의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냉동·냉장 물류, 수산물 가공, 겨울철 옥외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체온 조절과 한랭 질환을 이해할 때, 반세기 동안 추위에 노출된 해녀의 자료는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지표가 장기 적응을 반영하는지 알게 된다면, 어떤 노동자가 추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해녀는 공기통 없이 숨을 참고 일하는 잠수 노동자입니다.
스쿠버 다이버의 감압병은 잠수의학에서 익숙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해녀는 공기통 없이 하루 170~200분 동안 바다에서 일합니다. 3~8월에는 한 달 평균 28일, 겨울에도 15일 이상 바다에 들어갑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반복해서 숨을 참고 잠수하는 노동자를 위한 건강관리와 업무적합성 기준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건강과 업무적합성을 평가하는 일은 직업환경의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저희는 이 역할이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가장 자연스럽게 놓인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시간이 없습니다.
현직 해녀는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전통 무명 물옷과 현대 고무 잠수복을 모두 경험한 세대는 이미 70~80대입니다. 이분들의 몸에 남은 반세기의 노출 기록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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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연구를 시작할 때 제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해녀는 정말 추위를 덜 탈까?”
데이터가 준 답은 ‘덜 탄다’가 아니라 ‘다르게 대응한다’였습니다. 체온은 덜 흔들렸고, 열생성과 관련된 호르몬은 애초에 높았으며, 변화의 폭은 작았습니다.
이 차이가 유전에서 왔는지, 50년의 물질에서 왔는지는 아직 나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분들이 제주 바다에 아직 계시고,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해녀라는 특수한 직업, 그리고 제주 바다의 한랭환경 속에서 살아온 해녀들의 반세기에 걸친 삶과 노동의 궤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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