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노출사업장 근로자의 높은 혈중납, 킬레이션 치료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환기시설이 있어도 노출이 관리되지 않을 수 있다 |
|
|
납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납 노출을 줄이는 우선적인 방법은 공학적 관리입니다. 발생원을 밀폐하고, 국소배기장치로 납 분진이나 흄(fume)을 작업자의 호흡영역에 도달하기 전에 포착하며, 가능하다면 공정을 자동화하여 작업자를 발생원으로부터 떨어뜨리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국소배기장치(local exhaust ventilation, LEV)는 납 작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학적 관리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업자의 납 노출이 충분히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소배기는 발생원에서 발생한 납을 작업자의 호흡영역에 도달하기 전에 포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후드(hood)가 발생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작업자가 발생원과 후드 사이에 위치하면 포착효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
|
가장 높은 수준의 노출은 비정형적인 작업에서 발생한다 |
|
|
실제 생산공정에서는 컨베이어, 원료 투입장치, 주조설비 등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원을 완전히 밀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납재생업에서는 폐축전지나 납 스크랩(scrap)을 파쇄·투입하고, 용해하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주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납 노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관리하기 어려운 작업이 있습니다. 드로스(dross) 제거, 설비 점검, 막힘 제거, 청소, 보수·정비, 원료 투입, 비정상 상황에 대한 대응과 같은 작업입니다. 정상적인 생산공정에서는 설비를 밀폐하고 자동화할 수 있지만, 설비를 열어야 하거나 작업자가 납 발생원 가까이 접근해야 하는 순간에는 이러한 장벽이 무너집니다.
*스크랩(Scrap): 제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찌꺼기, 불량품 등의 폐자재
*드로스(Dross): 용융 금속 표면에 생기는 산화물이나 불순물 찌꺼기 |
|
|
비정형적 작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공기공급아일랜드’
|
|
|
공정 자체를 완전히 밀폐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작업자 주변에 깨끗한 공기를 공급하여 작업자의 호흡영역을 보호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 공급 아일랜드(supplied-air island)입니다.
말 그대로 작업자가 위치하는 일정한 공간을 하나의 ‘깨끗한 공기의 섬(island)’처럼 만들어 주는 방식입니다. 외부에서 깨끗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여 작업자 주변에 상대적으로 청정한 공기 흐름을 형성하고, 납 분진이나 흄이 작업자의 호흡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줄이는 것입니다.
미국 OSHA의 납축전지 제조업 전용 기술지침(eTool)에 따르면, '층류식 공기 공급 아일랜드(Laminar-flow supplied-air island)'가 주요 공학적 제어 방법으로 제안되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특히 페이스트 도포, 페이스트 혼합, 배터리 검사, 극판 쌓기 및 분리와 같이 납 분진 발생 위험이 높은 핵심 작업에 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기 공급 아일랜드(supplied-air island) 역시 모든 상황에서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업자의 위치, 공기 흐름, 주변의 난류, 작업자의 움직임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설계와 성능평가가 필요합니다.
|
|
|
표면오염과 재비산은 흔히 간과되는 위험요인이다.
|
|
|
납 사업장의 또 다른 특징은 표면오염(surface contamination)입니다. 작업장 바닥이나 설비, 작업복, 장갑 등에 납이 축적되면 작업자의 손을 통해 음식물이나 담배 등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기 중 납 농도를 낮추었는데도 혈중 납이 계속 높다면 국소배기장치만 점검할 것이 아니라 작업장 표면오염, 작업복 관리, 손 씻기, 식사 공간, 청소방법 등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납 분진을 빗자루로 쓸거나 압축공기로 불어내는 건식 청소는 이미 침착된 납을 다시 공기 중으로 재비산시킬 수 있습니다. |
|
|
납 노출 사업장은 정형적 노출과 비정형적 노출이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산업보건의 도전적 과제입니다. 환기장치의 체계적 운영뿐만 아니라, 비정형적 노출의 관리에 표면오염과 재비산, 개인보호구의 적절한 착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납노출 사업장을 성공적으로 관리한다면 그 노하우는 다양한 사업장에서도 활용하거나 확산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납재생업과 축전지 제조업의 공학적 관리를 평가할 때는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발생원에서 발생한 납은 작업자의 호흡영역에 도달하기 전에 포착되는가?
-작업자가 납 발생원에 접근해야 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청소·정비·비정상 작업에서 일시적인 고농도 노출이 발생하지 않는가?
-바닥과 설비의 납 표면오염이 관리되고 있는가?
-청소 과정에서 납이 재비산되고 있지는 않은가?
-공학적 관리로 제거되지 않는 잔여 노출에 대해 작업방법과 개인보호구가 적절하게 적용되고 있는가?
즉, 밀폐 → 국소배기 → 자동화·원격화 → 작업자 격리 → 청소 및 표면오염 관리 → 작업방법 개선 → 개인보호구라는 여러 단계의 방어벽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특히 공학적 관리의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는 작업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한계를 작업관리와 개인보호구로 보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납 사업장에서 “왜 혈중 납이 높은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납이 발생하는 공정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
|
|
우선 주요 공정별로 공기 중 납 노출수준과 공학적 관리수단의 효과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 다음 작업영역을 아래와 같이 구분해봅니다.
Level 1: 완전 밀폐·자동화·원격조작
Level 2: 부분 밀폐·국소배기
Level 3: 국소배기·작업자 호흡영역 보호
Level 4: 비정형·정비·청소 작업에서의 잔여위험 관리
* Level 1~4 구분은 특정 법령이나 공식 분류체계가 아니라, 납 취급공정에서 공학적 관리의 수준과 잔여위험을 설명하기 위한 실무적 개념도입니다.
만약 공정밀폐+자동화+원격조작으로 구성되어 작업자가 납발생원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가장 확실한 공학적 대책이 됩니다. 그것을 Level 1 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나 모든 공정이 Level 1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부분 밀폐+ 국소배기로 작업자가 작업을 하지만 발생원을 가둬둘 수 있고 작업자의 움직임이 공기의 흐름을 교란하지 못하는 경우를 Level 2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달성해도 노출은 크게 경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발생원을 완전히 밀폐할 수 없는 상태가 흔합니다. 이 경우 Level 3라고 할 수 있습니다. Level 3에서 대책은 작업자의 호흡영역에 청정공기를 공급해주는 공기 공급 아일랜드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지보수, 청소, 비정형적 작업에서는 위와 같은 공학적 접근으로는 제어가 불가능해집니다. 이 경우를 Level 4라고 할 수 있습니다. Level 4에서는 환기, 작업관리, 위생관리, 개인보호구가 모두 동원되어야 합니다.
주요 공정과 작업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공학적 제어의 범위와 한계를 확인하고, 공학적 제어로 어려운 작업은 관리적, 작업행동 관리, 공기공급식 개인보호구 등으로 잔여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작업자의 호흡영역에 정화된 공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전동식 공기정화 호흡보호구(PAPR)를 추가적인 보호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시간 작업에서는 작업자가 보호구 착용을 견딜 수 있는 한계시간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작업에 따라서는 느슨한 형태의 후드 또는 헬멧형(Loose-fitting hood/helmet) 전동식 호흡보호구가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
|
이제 왜 납노출 저감이 실패하고 있는지 그 구조적 요인을 검토해봅시다.
우리나라에는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이라는 중요한 두 개의 산업보건제도가 있습니다. 작업환경측정은 작업환경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수준을 평가하고, 그 노출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작업환경측정 만으로 작업자의 실제 노출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측정은 일정한 시점과 조건에서 이루어지며, 모든 작업자의 모든 작업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업환경측정제도의 신뢰도 평가가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청소·정비·비정상 작업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고농도 노출이나 특정 작업자에게만 나타나는 노출은 정기적인 작업환경측정에서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수건강진단은 작업환경에 존재하는 유해인자가 실제로 근로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또 하나의 방어벽입니다. 즉, 작업환경측정은 환경에서 출발하고, 특수건강진단은 사람에서 출발합니다. 두 제도는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해야 하는 관계입니다.
두 제도를 연결하는 장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업환경측정 결과가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특수건강진단 주기를 단축하는 등의 조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먼저 작업환경측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실제 작업자의 노출은 높지만 정기적인 작업환경측정에서 이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제도적 연결장치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특수건강진단에서 먼저 문제가 발견된다면 어떨까요?
|
|
|
혈중납의 상승은 개선을 위한 조사의 출발점이다.
|
|
|
특수건강진단에서 한 근로자의 혈중 납이 높게 나왔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것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즉 관리에 실패한 것이고, 행정적 제재와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여기서 산업보건관리가 멈춥니다.
혈중납이 높은 것은 납중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납노출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제 할 일은 원인을 찾는 것이어야 합니다.
특정 근로자의 혈중납이 높다면, 해당 근로자가 실제로 어떤 작업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해당 근로자에 대한 개인별 공기 중 납 노출평가를 실시하고, 작업관찰을 통해 실제 작업행동과 작업환경을 함께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짐작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면 이 상황에서 작업환경측정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공정에서 일하는지, 하루 중 어떤 작업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 원료나 납 스크랩(scrap)을 직접 취급하는지, 드로스(dross) 제거와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지, 청소나 설비 정비를 담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작업 중 발생원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국소배기 후드와 작업자의 위치는 적절한지, 호흡보호구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작업장 바닥과 설비의 표면오염은 어떠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개선할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작업에서 노출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국소배기의 위치를 개선하거나 공정을 밀폐하고, 자동화 또는 원격화를 검토하거나, 공기공급아일랜드나 전동식 호흡보호구과 같은 추가적인 보호수단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선 이후 다시 작업환경측정과 혈중 납을 평가하여 실제로 노출이 감소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산업보건의 환류입니다.
|
|
|
우리나라 산업보건 전문가들은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이라는 중요한 두 영역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축적해 왔습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각각의 전문영역과 제도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 영역에서 발견된 문제가 다른 영역의 개선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단순히 측정하고 판정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발견하고 → 원인을 규명하고 →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 개선을 실행하게 하고 → 그 효과를 확인하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산업보건은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하고 판정했는가?”에서“발견된 문제를 얼마나 실제로 해결했는가?”로 관점을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작업환경측정이라는 눈이 있고, 특수건강진단이라는 또 하나의 눈이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두 눈으로 같은 문제를 보고, 그 결과를 실제 작업환경의 변화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