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토닌이란?
멜라토닌은 밤이 도래하였음을 신체에 알리는 호르몬입니다.
멜라토닌은 척추동물의 뇌에 위치한 작은 내분비기관인 송과선(pineal gland)에서 분비됩니다.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수산화효소반응을 통해 5-하이드록시트립토판으로 전환되고, 탈탄산효소의 작용으로 세로토닌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면,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전환됩니다. 멜라토닌은 지용성 호르몬으로 간에서 대사된 후 6-설파톡시멜라토닌으로 바뀐 후 소변으로 배설되며, 반감기는 30-53분입니다.
20세기 초, 소에서 채취한 송과체를 갈아서 물에 탄 후 개구리의 피부에 떨어뜨리면 개구리의 피부색이 옅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1958년 Aaron B. Lerner 는 이 호르몬을 처음 분리하였으며, “melanin + tonic” = melatonin으로 명명했습니다.
1. 멜라토닌과 수면. 2005
2. ISOLATION OF MELATONIN, THE PINEAL GLAND FACTOR THAT LIGHTENS MELANOCYTES. 1958
벙커실험
이 실험은 1966년 독일에서 시작된 연구로, 인간에게도 다른 종처럼 생체시계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침실, 주방, 샤워실은 있지만 창문이 없는 공간에서 자원자들이 몇 주씩 생활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외적 요인을 제거하였을 때 인간에게 내인성 생체시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인간의 내인성 생체시계는 평균 25시간의 주기를 갖고 있으며, 사람마다 한 주기의 길이가 다르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멜라토닌 분비 패턴도 측정되었는데, 멜라토닌은 야간에 증가하고 낮에는 감소하면서 주기적으로 변동하였습니다.
3. [동영상] 고립된 상태에서 사람의 생물학적 시계는 어떻게 될까?
빛의 강도가 수면리듬에 미치는 영향
벙커실험에서는 외인적 요인이 내인성 생체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실험하였습니다. 벙커 안에서 전등을 켤 때 약한 빛(40Lux, 희미한 조명)을 받은 집단과 강한 빛(200Lux)을 받은 집단을 비교한 것입니다. 그 결과, 강한 빛을 받은 집단의 생체시계가 0.7~1시간 정도 짧아졌습니다.
3,000Lux의 매우 강한 빛에 노출된 경우, 생체리듬이 외부 신호에 맞춰 동기화되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강한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즉시 억제하였습니다.
매우 강한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최저 수준으로 리셋합니다. 빛이 사라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다시 시작되어 새로운 생체리듬이 설정됩니다.
멜라토닌의 생리적 효과
멜라토닌 분비는 보통 저녁 9시~11시 사이에 시작되어 새벽 2시~4시 사이에 최고조에 이릅니다.
멜라토닌은 시교차상핵(SCN)과 뇌의 수면 조절 회로에 신호를 보내 졸림과 수면 욕구를 유발하고, 집중력을 낮춥니다.
또한 체온을 낮추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몸을 휴식 모드로 전환시킵니다. 이로 인해 약간 서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교감신경 활동을 억제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고, 위장운동을 완화하여 소화활동과 식욕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뇌의 GABA 수용체 활성을 높여 진정 효과를 내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합니다.
멜라토닌과 코티솔의 균형추 관계
코티솔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에너지대사를 촉진합니다. 밤에는 억제되고 아침에 높아지는데, 코티솔이 증가할 때 멜라토닌은 감소합니다. 코티솔이 상승하면서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만성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밤에도 코티솔이 증가합니다. 이때 멜라토닌은 상대적으로 감소하여 잠이 늦게 오거나 얕게 수면을 경험하게 합니다.
멜라토닌 분비가 잘되는 사람은?
당연히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낮에는 충분한 빛에 노출되고, 밤에는 어두운 환경에서 생활하면 생체리듬은 뚜렷해지며, 24시간 주기에 맞춰집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송과선에서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어 밤에 100-300pg/mL 정도의 혈중농도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멜라토닌 분비량이 감소합니다. 이것이 연령 증가에 따라 수면리듬이 교란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교대근무자들의 멜라토닌 분비감소
멜라토닌은 혈액, 소변에서 측정할 수 있으며, 그 주요 대사산물인 6-설파톡시멜라토닌(aMT6s)은 야간멜라토닌 분비의 신뢰도 높은 지료로 사용됩니다.
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야간근무자의 첫 아침 배뇨 aMT6s 농도는 주간 근무자보다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연속적인 야간근무를 지속할 경우 멜라토닌 생성은 점진적으로 감소합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병원의 여성 의료기술자 100명을 대상으로 혈중 멜라토닌과 멜라토닌 수용체(MT1)의 발현을 비교한 결과, 야간근무군(1.84 pg/mL)의 멜라토닌 농도가 주간근무군(4.04 pg/mL)보다 낮았습니다. 반면, MT1 수용체 발현은 야간근무군에서 상대적으로 증가(1.16 vs 1.61)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멜라토닌 감소에 대한 보상적 반응으로 추정됩니다.
4. Association between night-shift work and level of melatonin: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2020
5. Progressive decrease of melatonin production over consecutive days of simulated night work. 2014
6. Decreased concentration of serum melatonin in nighttime compared with daytime female medical technologists in South Korea. 2016
외인성 멜라토닌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식약처 승인을 받아 외인성 멜라토닌인 '서카딘(건일제약, 2mg)'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55세 이상 불면증 단기치료용으로 허가된 전문의약품이며, 비급여로 본인부담입니다.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수면 시작 시간을 앞당기고, 총 수면 시간을 12~30분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원발성 수면장애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2020년 9월 식약처가 제네릭 허가를 대거 승인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멜라토닌을 의약품으로 승인하지 않았으며, 식이보충제로만 허가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시판 멜라토닌 보충제는 실제 표기 용량과 다르거나 다른 성분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논란이 되었습니다. 또한 처방 없이 구입 가능한 멜라토닌은 저용량이거나 정확한 용량이 보증되지 않으며, 서방형 제제가 아닙니다.
7. Melatonin Natural Health Products and Supplements: Presence of Serotonin and Significant Variability of Melatonin Content. 2017
교대근무자에 대한 멜라토닌 임상시험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를 겪는 의료진에게 외인성 멜라토닌의 효과를 조사했습니다. 2021년 12월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0개의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멜라토닌 투여군에서 다음과 같은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검증된 효과: 주간 졸림 감소, 수면 시작 지연 감소, 야간 각성 감소, 총 수면 시간 증가, 주간 주의력 향상.
투여 용량은 1~10mg으로 다양했으나 흡수 속도(속방/서방) 정보는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멜라토닌은 부작용이 적고 내약성이 좋아 권장될 수 있습니다.
8. The Effects of the Exogenous Melatonin on Shift Work Sleep Disorder in Health Personnel: A Systematic Review. 2022
멜라토닌 처방/복용 시 주의사항
멜라토닌은 장기 사용 시 특별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안전한 의약품입니다. 다만 용량이 과도하면 메스꺼움, 무기력, 두통,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취침 1시간 전에 경구 복용하며, 용량은 0.5mg~5mg 범위 내에서 조절합니다. 시판되는 멜라토닌은 대부분 2mg이므로 약효를 확인하면서 용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연령 증가로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한 경우,
-교대근무로 생체리듬이 교란된 경우,
-국제여행으로 시차 적응이 어려운 경우.
생체리듬이 양호하다면 멜라토닌을 추가로 복용해도 더 이상의 효과는 없습니다.
9. The efficacy and safety of exogenous melatonin for primary sleep disorders. A meta-analysis. 2015
멜라토닌의 혈액농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
서방형 멜라토닌(Sustained-Release, 예: 서카딘)은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어 더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혈중 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반 제형의 반감기가 약 30~50분인 반면, 서방형 제제는 방출이 3~4시간가량 지속되어 야간 수면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의 효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큰데, 이는 경구 생체이용률(10~50%), 간 대사 효소(CYP1A2)의 활성도, 멜라토닌 수용체(MT1, MT2)의 감수성 차이 때문입니다.
멜라토닌은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므로 위장 운동 장애가 있으면 흡수가 지연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간 질환이 있으면 대사가 느려지고, 신장 질환이 있으면 배설이 지연되어 약물 농도 조절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카페인은 CYP1A2 효소를 유도하여 멜라토닌 대사를 촉진하므로, 카페인을 섭취한 상태에서는 혈중 멜라토닌 농도가 충분히 유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0. Effects of caffeine intake on the pharmacokinetics of melatonin, a probe drug for CYP1A2 activity. 2003
요점정리
1.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에서는 멜라토닌이 생체리듬 회복에 도움이 되는 유효한 보조요법입니다.
2. 복용 후 효과가 미미하거나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등의 부작용이 의심될 경우에는 0.5~5mg 범위 내에서 최소 유효 용량으로 조절하거나 복용 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3. 멜라토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활동시간 초반에 강한 빛을 쬐고, 수면 전에는 밝은 조명과 전자기기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스트레스 완화,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습관 유지, 늦은 오후 이후의 카페인 섭취 제한은 생체리듬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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