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공간, 안전관리의 문제인가? 보건관리의 문제인가?
많은 사람들이 밀폐공간을 단지 ‘닫힌 공간’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밀폐공간은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가 아니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의미합니다.
산소결핍, 유해가스, 화재·폭발 등 복합적인 위험요인이 존재하며, 이러한 문제는 산업안전과 직업보건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법과 정의로 보는 ‘밀폐공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밀폐공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소결핍, 유해가스, 인화성 물질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나 폭발 위험이 존재하는 장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18)
즉 한쪽 면이 열려 있더라도, 공기의 흐름이 부족하고 위험 물질이 고이는 공간이면 밀폐공간입니다.
미국·독일 등 해외에서도 순간적으로 조건이 변해 밀폐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작업허가가 필요한 밀폐공간(permit confined space)”과 “허가가 필요 없는 밀폐공간(non permit confined space)”으로 구분하여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합니다.
[논문] 국외 질식재해 예방규정 비교를 통한 국내 규정 개선방안
[가이드] OSHA, 허가가 필요한 밀폐공간
어떤 ‘상황’이 질식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나요?
상황1. 저장용 탱크 내벽 또는 저장물이 산화되거나 반응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산소가 소모되어 탱크내부를 산소부족상태로 만듭니다.
상황2. 설비 중에는 질소, 아르곤 등 불활성가스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불활성가스가 누출되면 공기 중 불활성가스가 차지하는 만큼 산소를 밀어내어 산소부족 상황을 만듭니다.
상황3. 미생물 증식이나 유기물의 부패·발효 등의 과정에서 공기 중 산소를 소모하거나 황화수소, 이산화탄소, 메탄 등을 발생시킵니다.
상황4. 유해가스 배관이 연결되어 있는 장소나 이를 취급하는 장소에서 의도하지 않은 누출이나 유입은 해당 장소를 위험한 공기 상태로 만듭니다.
상황5.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산소를 소비하므로 산소부족 상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여 중독을 일으킵니다.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규칙과 지침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의 수립ㆍ시행)에 따라, 사업주는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 반드시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은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식, 유해가스 중독, 화재·폭발 등 건강장해 및 사고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작업 전 밀폐공간 위험성 평가, 작업 계획 수립, 작업 방법 및 안전 설비, 비상 조치 계획 등이 포함됩니다.
[가이드]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 수립 및 시행에 관한 기술지침 2021
[가이드] 밀폐공간 질식재해예방 안전작업 가이드 2023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찾아가는 질식재해예방 One-Call 서비스"를 통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작업 현장에 전문가가 직접 방문하여 밀폐공간 질식재해 예방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업장에서 One-call 서비스를 신청하면, 수행기관 전문가가 현장을 방문하여
① 산소·유해가스 농도측정,
② 장비사용법 및 안전교육,
③ 장비(3종) 대여,
④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기술지도 등
현장상황에 맞는 종합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대여하는 장비는 ➀가스농도측정기, ➁환기팬(플렉시블 덕트 포함), ➂송기마스크(안면마스크, 장착대, 공기호스 포함)입니다.
원콜서비스 전화 (☎1644-8595)
현장의 심각한 ‘인식 부족’
실제 현장에서는 밀폐공간 질식예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있을까요? 안전보건공단의 연구용역에 의해 2023년 발표된 연구조사에 따르면, 밀폐공간작업 프로그램 수립 및 시행에 관한 기술지침에 대하여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23.1%, 밀폐공간 위험관리에 관한 기술지침에 대한 인식 수준 분포도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24.1%였습니다.
One-Call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도 전반적으로 낮아, 5점 기준으로 수급인 2.62점, 발주자 2.43점이었습니다. (2023년 기준)
- 발주자와 수급인 모두 밀폐공간의 정의와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다
- 밀폐공간 작업 프로그램 수립·시행에 대한 인지도 미흡하다
- 긴급구조 훈련 등 비상대응에 대한 관심은 매우 낮다.
위 조사 연구에서는 밀폐공간 등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수급인의 경우 “예방 교육”과 “발주자의 책임과 의무 강화”가 제시되었고, 발주자는 “수급인의 법령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연구보고서] 질식재해예방을 위한 실태조사-지자체 중심. 2023
질식재해는 왜 줄지 않는가?
질식재해가 줄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재해예방을 위해 중요합니다. 질식재해는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생각할 때는 발생확률이 낮은 사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절반 가까이가 사망하여 치명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밀폐공간을 ‘닫힌 공간’으로만 인식하여 위험에 대한 인지가 부족합니다.
- 위험을 인지하였더라도 산소측정·보호구 착용 등 개별 조치에만 의존합니다.
- 작업허가, 위험성절차, 비상대응절차와 같은 시스템적 대응이 부재합니다.
따라서, 사업장을 방문하는 산업보건전문가들이 현장의 질식재해 위험을 질문하고, 3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 One call 서비스의 활용을 장려함으로써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재해자 2명 중 1명꼴 사망’…노동부, 밀폐공간 질식사고 점검, 2024
글쓴이: 어원석
1.숭실대학교 안전보건융합공학과 교수
2.사)한국호흡보호구학회 부회장
3.사)한국산업위생협회 부회장 & 발전기금운영위원장
4.사)한국산업보건학회 총무이사
5.사)한국안전문화학회 서울지회장(임원)
[저서]
산업안전지도사(산업위생파트)/ 산업보건지도사
산업안전기사/ 산업위생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