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 근처에 살아도 괜찮을까요?
제주도는 '청정 자연'의 상징입니다. 이런 환경을 지키려면 하수를 잘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주하수처리장은 가동률이 107%를 넘고, 방류수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악취, 영업 피해, 그리고 폐암·천식 등 건강 문제를 제기하며 일부는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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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독자분들께 이 문제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답을 주시겠습니까?
모든 건강 문제를 하수처리장 탓으로 돌리는 것도, 주민 걱정을 무시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오늘 오이레터에는 제주 하수처리장 주변의 건강문제와 관련된 연구를 살펴보고 어떻게 접근할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폐암과의 연관성: 가능성은 있지만 제한적
2011년 이탈리아 프라토시에서 수행된 연구는 하수처리장 반경 1.5km 이내에 사는 남성의 폐암 발생 위험이 1.56배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리고 흡연 등 교란요인을 보정한 하위 분석에서는 2.28배까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고, 노출된 물질의 농도는 측정하지 않았으며, 단지 거리만으로 노출을 추정했습니다. 즉, 폐암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수준의 가능성만 보여주었고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논문] 이탈리아의 하수도 시설 인근에 폐암 위험과 거주. 환자-대조군 연구
암과 관련성이 제기되는 물질은 하수 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리할로메탄(THMs)이라는 부산물입니다.
최근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수돗물 속 THMs에 고농도로 노출된 경우 방광암 위험은 1.33배, 대장암은 1.15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폐암이나 후두암과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았습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일부 THMs 성분(예: 클로로포름)을 Group 2B, 즉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 있음"으로 분류합니다. 이 또한 방광암에 대한 제한적 역학 근거에 기반합니다.
[논문] 음용수의 트리할로메탄에 대한 노출과 암 위험
[표] 인간에서 충분하거나 제한된 증거가 있는 발암물질 암 부위별 분류 목록 (IARC)
따라서 암과 관련한 위험은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제기된 수준일 뿐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호흡기에 대한 영향: 노출 강도와 조건을 고려해야
하수처리장에서는 염소 소독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나 부산물이 기체 형태로 공기 중에 방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염소 가스를 다루는 근로자에게서 만성기침, 호흡곤란 폐쇄성 폐질환(COPD) 등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실내 수영장에서 염소 소독수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의 천식 발생률이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수영장에 누적 320시간 이상 머문 군의 천식 발생률은 11배 이상 증가했고, 이용 시간이 늘수록 위험도 높아졌습니다.
[논문] 염소 가스 노출과 폐쇄성 기도 질환: 사례 보고서 및 사례 기반 토론
[논문] 성인 레크리에이션 수영 선수의 염소 실내 수영장 출석 및 천식 위험
다만 이런 결과는 모두 고농도·장시간 노출된 특수 환경에서의 연구입니다. 일반적인 하수처리장 주변 노출은 훨씬 낮은 농도이고, 노출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따라서 단지 염소 냄새가 난다고 해서 건강 위험이 곧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민감군이거나, 장기적·반복적 노출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영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증상 호소자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설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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