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이 그림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1942년에 그린 캔버스 유화로, 호퍼의 대표작이자 미국 회화사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완성된 직후 시카고 미술관에 단돈 3000달러에 팔려 지금까지도 그곳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간결하고 직선적 구도의 이 그림은 20세기 미국 도시 생활의 단면을 포착한,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도심의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 있는 네 사람을 큰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관람자에게 창문을 통해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식당에서 나오는 빛은 어둡고 황량한 도시 거리를 비추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주변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은 닫혀 있고 조명도 꺼져 있습니다. 이는 사적인 영역에 대한 관찰을 차단합니다. 식당 안의 사람들도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현대 사회의 익명성과 인간관계의 단절을 표현했다고 해석합니다. 이 작품은 이후 영화, 문학,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 꾸준히 영감을 주었고, 이 작품 고유의 분위기와 주제 의식은 여러 분야에서 패러디되거나 인용되었습니다.
야간교대근무의 고립감
야간교대근무의 관점에서 이 작품을 보면, 고독과 소외, 피로와 단조로움 같은 주제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야간교대 근무자는 일반적인 사회 활동과 시간대가 맞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교류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도 서로 대화하지 않고 각자 고립된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이는 야간 근무자들이 느끼는 고독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특별한 활동 없이 그저 앉아 있을 뿐이며 그들의 일상이 단조롭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야간교대 근무는 생체 리듬에 영향을 미쳐 피로와 스트레스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느릿한 자세는 야간 근무자들이 느끼는 신체적 피로와 무기력을 반영합니다. 야간 근무는 인공조명 아래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품 속 밝은 조명은 야간근무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조명은 배경과 대비를 이루면서 역설적으로 인물들의 고립감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고정” 야간근무(permanent/fixed-night work)는 “순환” 교대근무(rotating shift work) 시스템보다 생체 리듬 조정(circadian adjustment)이 용이하여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고정” 야간근무 시스템 도입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교대제의 업무 과중으로 병동 근무를 기피하는 간호사들이 늘어나면서,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를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야간 전담 간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고정 야간근무를 오래 하더라도 대다수는 생체 리듬 조정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건강과 안전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논문] 영구 야간 근로자는 일주기 조정을 보여주는가? 내인성 멜라토닌 리듬을 기반으로 한 리뷰, 2009
"고정" 야간근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야간근무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면장애, 체력 저하, 건강 문제, 병가, 직무 불만족을 더 많이 겪고 있습니다. 이는 낮에 자야 하는 고정 야간근무자들이 환경 소음, 빛, 사회적, 가정적 요구 등으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논문] 의료 종사자들의 교대 근무 영향과 적응, 2009
작가 소개
작가 에드워드 호퍼는 뉴욕주 나이악(Nyack)의 중산층 침례교 가정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호퍼는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1906년에서 1910년 사이 세 차례 유럽을 방문했고, 주로 파리에서 인상주의 등 유럽의 주요 예술 운동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호퍼는 유럽 예술의 영향을 받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뉴욕으로 돌아온 후 상업 예술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다가 조 니비슨과 결혼한 후 회화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조는 호퍼의 배우자일 뿐만 아니라 열렬한 지지자이자 모델이자 기록자가 되었습니다.
호퍼는 청교도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사생활을 중시했는데, 그의 그림도 이러한 기질을 반영하여, 간결하고 직선적인 구도를 통해 도시 공간 속 몰개성화된 개인의 일상과 고독감을 보여주는 작품을 많이 그렸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도시의 8월(August in the City)(1945)”, “밤의 사무실(Office at Night)(1940)”, “뉴욕극장(New York Movie)(1939)” 등이 있습니다.
글쓴이: 강모열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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