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김형두 |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경기북부 직업병안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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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법은 사망자, 부상자, 직업성 질병자라는 비교적 분명한 숫자로 중대산업재해의 범위를 정해두고 있어서, 처음에는 그 판단이 단순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례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사고의 양상과 치료의 흐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법이 그러하듯 조문 하나로 현장의 모든 상황을 미리 그려두기는 어렵습니다. 그 빈자리는 결국 행정해석과 의학적 판단, 그리고 개별 사실관계 검토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의 세 가지 기준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실무에서 자주 부딪히는 해석상의 쟁점들을 함께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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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는 중대산업재해를 세 가지 기준으로 정의합니다.
1) 사망자가 1명 이상,
2)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3)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숫자로 제시된 기준은 명료하지만, 막상 적용 단계로 들어서면 각 기준마다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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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1명 - 명확한 숫자, 그러나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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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기준인 '사망 1명'에서 사망 기준은 결과 자체가 수치로 확인되기 때문에 외형상 가장 명확해 보입니다. 여기에 사고사뿐만 아니라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도 포함되며,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에 해당해야 한다는 점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다만 그 사망이 산업재해로 평가되는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사고 직후 단기간에 사망에 이른 경우와, 사고 이후 수개월에 걸쳐 치료하다 합병증이 진행되어 사망에 이른 경우 모두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핵심 논점이 됩니다. 같은 "사망 1명"이라는 결과 안에도 시간의 흐름과 의학적 경과는 사례마다 다르게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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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이상 치료 부상자 2명 - 해석의 여지가 가장 큰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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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기준인 6개월 이상 치료 부상자 2명 이상은 세 기준 가운데 해석상 논의가 가장 활발한 부분입니다. 법 조문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라고 규정하고,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이를 "직접적 치료행위가 6개월 이상 필요한 경우"로 풀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법률 자체에는 직접치료와 재활의 구분이 들어 있지 않지만, 그 부분은 행정해석이 보완하고 있는 셈입니다.
치료 유형은 대체로 세 갈래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수술·봉합·정복·고정과 같이 부상 자체에 대한 적극적 처치, 재수술이나 감염관리 같은 합병증 치료, 손상 악화 방지를 위한 의학적 직접치료는 치료기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편으로 이해됩니다.
반면 기능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재활치료, 일반적인 물리치료, 단순 경과관찰 목적의 외래 방문, 장해진단 이후의 후유장해 관리는 원칙적으로 제외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다만 그 사이에는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경계영역이 존재합니다. 통원 약물치료, 재활병원 입원, 반복적 주사·통증치료, 사고 후 발생한 우울·불안·수면장애 등 2차적 정신건강 문제의 치료가 대표적인 예이며, 이런 사례들은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여지가 적지 않습니다.
6개월 판단의 무게가 병원 방문 기간 자체보다 적극적인 직접치료의 지속 여부에 놓여 있다는 점은 비교적 공통된 방향이지만, 그 "적극성"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는 남겨진 문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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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 동일 유해요인의 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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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기준인 직업성 질병자 1년 이내 3명 이상은 시행령 별표 1에 24가지 직업성 질병이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윤곽이 분명한 편입니다. 1년의 기간은 세 번째 질병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역산하여 산정하며,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기업·조직 전체를 기준으로 합산해 판단한다는 점도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통해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그 목록이 급성중독을 비롯한 화학물질 관련 급성 질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과 같이 현장에서 흔히 마주하는 질병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질병의 중증도 기준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아 경미한 사례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습니다.
적용 단계에서는 "동일한 유해요인"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 논점이 됩니다. 같은 작업장의 같은 화학물질, 같은 작업 환경이 여러 사람의 몸에 비슷한 흔적을 남겼을 때 그것을 어디까지 같은 노출로 묶을 것인가는 의학적·역학적 판단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영역으로, 사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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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에서는 사업장 측면과 행정 판단 측면 모두에서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업장은 사고발생 시점부터 치료 기록 체계를 정돈해두고, 의료진은 직접치료와 재활을 구분하여 기록해야 하며, 이 쟁점을 잘 구분하여 소견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행정 판단 측면에서는 진단명만 보지 않고 치료의 실질적 내용을 중심으로 살피며, 의사소견서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개별 사실관계를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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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중대산업재해 판단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지점은 결국 "6개월 이상 치료" 조항을 둘러싼 해석입니다. 이 기준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6개월 이상 병원을 다녔더라도, 이 기간에서 재활기간을 제외하면 중대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애매한 영역"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나 통원 약물치료, 통증치료 같은 경계영역은 환자의 상태와 의사의 처방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의학적 판단을 매번 따져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어떤 법도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완벽히 담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무의 영역에서는 그 사이의 공백을 하나씩 짚어가며, 함께 풀어가기 위한 절차를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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