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사회와 늘어나는 야간근무
현대 사회는 24시간 운영되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요구하며, 이로 인해 교대근무는 의료, 운송, 제조, 응급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병원과 같은 필수 서비스 영역에서 '야간전담 간호사(나이트킵)' 제도가 도입된 것은 기존의 열악한 순환 교대근무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 간호사들은 높은 노동 강도와 교대근무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이직률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야간에만 고정적으로 일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야간근무를 원치 않는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야간 노동을 원하는 인력은 가산 수당을 통해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절충적인 목표에 의해 추진되었습니다. 또한, 야간전담근무는 순환 교대근무 비해 휴일(Off) 수를 늘릴 수 있다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정부에서도 2019년부터 병동 간호사의 야간근무 수당을 건강보험 수가로 지원하고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였고, 2022년부터 전국적으로 야간전담 간호사 관리료를 확대 적용하는 등 야간전담제를 도입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했습니다.
수명을 깍아서 돈버는 느낌
이렇게 야간에만 일하는 근무 형태가 확대되면서, 과연 이러한 형태의 근무형태가 노동자 건강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간호사들은 야간전담근무를 "수명 깎아서 돈 버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고정야간 vs. 순환교대: 건강영향 비교
교대근무의 건강영향에 관한 연구들은 고정(상시) 야간근무와 순환 교대근무를 직접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주간근무자를 대조군으로 하여 고정 야간근무와 순환교대제를 각각 나눠서 분석한 연구는 매우 많았습니다.
한 메타분석 연구 총설 (2025)에서는 기존 여러 메타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야간전담 근무와 순환 교대근무의 건강 영향 차이를 검토했습니다. 이 리뷰에 따르면, 고정 야간근무의 경우 심혈관 및 대사 질환 위험이 순환교대근무보다 더 높았습니다. 반면, 순환 교대근무의 경우 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뚜렷했습니다.
야간 교대제 노동자들은 주간 근무자 대비 불면, 주간졸림증, 피로 호소가 많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순환교대근무자는 근무 스케줄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반면 고정 야간근무 시에는 일정 기간 수면-각성 주기가 고정되므로, 고정 야간근무가 순환 교대근무보다 생체 리듬 조정이 더 용이하여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이는 고정된 야간 생활패턴에 신체가 완전히 적응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반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주장일 뿐입니다.
멜라토닌 분비를 기준으로 생체 리듬이 고정 야간근무에 얼마나 적응하는지를 검토한 한 리뷰 연구에 따르면, 포함된 6개 연구에서 총 76명의 고정 야간근무자 중 완전한 생체 리듬 적응을 보인 사람은 단 2명(2.6%)에 불과했으며, 어느 정도의 조정효과라도 보인 사람은 16명(21%)뿐이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체 리듬의 조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야간전담 노동자는 현실적으로 온전히 야행성 생활로 전환하지 못하며, 오히려 순환교대제보다도 수면의 질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적응 실패는 야간 근무자가 업무 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간호사 면담 결과, 야간 근무자는 비번 날에는 투병 중인 가족을 돌보거나, 육아를 위해 낮 동안 아이를 돌보고, 친구를 만나거나 낮 시간에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은행, 병원)를 이용하기 위해 주간 생활리듬으로 복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또한 낮에 자려고 해도 빛과 소음 등 환경 요인으로 수면이 방해받아 충분한 숙면을 취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됩니다.
즉, 고정 야간근무는 만성적인(지속적인) 일주기 리듬의 불일치 상태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윤리적 함의
야간전담제의 도입은 높은 급여와 휴일의 증가 때문에 저년차 간호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실제로 야간 전담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또한 장기간 지속되는 밤근무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삶에도 제약을 가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어렵고, 쉬는 날에도 내가 언제 정신이 깨어 있을지 예측이 어려워 약속잡기가 어렵다”며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야간전담 제도의 표면적 목적은 자원자에 의한 스케줄 확보이지만, 현장의 실태는 경제적 필요나 가족 돌봄 의무 때문에 주간 노동을 할 수 없는 취약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왜곡된 자발성을 보여줍니다.
한 병원 조사에서는 “연간 1~2달씩은 돌아가며 야간전담을 해야 하는 분위기”, “고년차가 많은 병동에서는 서로 안하고 싶어해서, 관리자가 저년차부터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등 완전한 자율이라기보다 어느 정도는 암묵적 강제가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나 지위상으로 취약한 노동자가 야간전담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제조·물류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정규직은 주로 주간근무를 유지하면서 하청이나 파견, 계약직 등에게 야간전담을 맡기는 사례도 발견됩니다.
맺음말: 건강과 인권을 위한 앞으로의 논의
고정 야간근무제는 인력난과 노동 강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쉬운' 정책적 대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만성적인 일주기 리듬 교란과 심혈관계 질환 증가라는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건강 위험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노동자의 인권과도 직결된 사회적 이슈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필수적인 야간노동은 사회가 책임지되 가급적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보호장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고정 야간근무와 순환교대근무의 건강 영향을 직접 비교한 양질의 연구는 부족합니다. 그러므로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한 최적의 근무 스케줄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는 의학적·보건학적 문제이면서 동시에 노동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산업계·보건의료계·정책입안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밤을 밝히는 야간 노동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하더라도 더 이상 일부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고, 모두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혜가 요구됩니다.
참고문헌
1. Cho, H. A., Lee, D. W., Yang, M., Jang, T. W., Cho, S. S., & Kang, M. Y. (2025). Comparing the Health Impacts of Fixed Night and Rotating Shift Work: An Umbrella Review of Meta‐Analyses. Journal of Sleep Research, e70172.
2. Folkard, S. (2008). Do permanent night workers show circadian adjustment? A review based on the endogenous melatonin rhythm.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5(2-3), 215-224.
3. Meir H. Kryger, Thomas Roth, Cathy A Goldstein. (2022). Principles and practice of sleep medicine. 7th Edition. Elsevier Health 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