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환경보건탐구생활에 관한 원고를 꾸준히 써주시는 이동욱 작가님의 세번째 글입니다. 환경보건의 기본이념인 '사전예방주의'에 대해 더 깊이 알아봅니다.
그리고 오늘 오이레터에는 피드백 기사가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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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호 환경보건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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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2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의 범죄를 미리 예측하여 사전에 범죄자를 처벌하는 세상을 그립니다. 초능력자들이 곧 일어날 살인에 대한 예지를 받으면, 이를 활용하여 경찰이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가해자를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경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요. 꼭 필요한 경우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 처럼 사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환경보건법의 사전예방주의
환경보건법에서는 환경보건의 기본이념으로 ‘사전예방주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형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는 대조적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되지 않았어도, 환경으로 인한 건강이 위협될 때 사전에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말이죠.
※ 사전예방주의 - 환경유해인자와 수용체의 피해 사이에 과학적 상관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 환경유해인자의 무해성이 최종적으로 증명될 때까지 경제적ㆍ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체에 미칠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와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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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법
제4조(기본이념) 환경보건은 다음 각 호의 기본이념에 따라 증진되어야 한다.
1. 환경유해인자와 수용체의 피해 사이에 과학적 상관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그 환경유해인자의 무해성(無害性)이 최종적으로 증명될 때까지 경제적ㆍ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수용체에 미칠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와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2. 어린이 등 환경유해인자의 노출에 민감한 계층과 환경오염이 심한 지역의 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3. 수용체 보호의 관점에서 환경매체별 계획과 시책을 통합ㆍ조정하여야 한다.
4. 환경유해인자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인구집단은 위해성 등에 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받는 등 관련 정책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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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커넬(Love canal)의 교훈
러브커넬 사건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윌리엄 T.러브라는 사람이 뉴욕 주 나이아가라 강의 상류와 하류를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려고 했으나, 재정위기로 이 사업이 좌초됩니다. 해당 부지를 1920년부터 1950년대까지 산업폐기물 매립지로 이용하다가 폐기물 위로 진흙을 덮고 시설은 폐쇄되었지요. 이 토지는 단돈 1달러에 나이아가라 시에 매각되었고, 그 위에 주택단지가 건설되어 많은 가족들이 이곳에 이주하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주민들이 피부병, 두통, 기형아 출산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여 보건당국에서는 역학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그 결과 유산율이 타 지역 대비 4배 이상 높음이 밝혀졌고, 카터 행정부는 환경재난 지역을 선포하며 이 지역을 폐쇄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최악의 유해물질 노출사례로 남게 되었고, 운하를 만들려던 러브씨의 이름도 오랫동안 기억되게 되었죠. 이 사건, 좀 더 일찍 막을 순 없었을까요?
[유튜브] 1달러짜리 도시? '러브 커넬' 사건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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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거넬 비상선포지역, 파란색 운하와 가까운 지역부터 1단(Tier1), 2단, 운하와 떨어져 있는 지역이 3,4단으로 구분되어 있다. 점들은 주택을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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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앙을 막기 위한 선택
러브커넬 사건 외에도 미나타마병, 이타이이타이병과 같은 역사적인 사례부터 한국의 가습기살균제 사건까지, 환경보건 분야에서 일어나는 환경재난 사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환경적인 유해요인은 수천명 이상의 건강 피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건강 피해는 비가역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질병과 원인 사이에 연관성,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수년에서 수십년의 시간이 걸리지요. 그 피해가 개인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형사사건과 같이 한 명의 가해자를 특정짓기가 어렵습니다. 개인을 둘러싼 사회경제적인 환경과 이해당사자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사례들을 살펴보다보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던 결정적 순간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과학적 확실성이 부족할 때도 조치가 연기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볼 때, 사전예방주의 원칙은 환경보건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각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환경위협이 있는 경우, 과학적 확실성의 부족이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연기하는 이유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전예방주의 원칙은 이러한 사건들이 미리 발생하기 전에, 환경 및 공중보건의 위협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한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01년 채택된 스톡홀름 협약은 환경보건법의 사전예방주의 원칙이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톡홀름 협약은 장기간 환경에 남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을 저감하되 궁극적으로는 배출 자체를 근절하여 유해물질이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이 약속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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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환경보건법의 사전예방주의
현실에서는 사전에 범죄를 예측하여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가가 심판을 임의로 하지 않도록 하는 핵심 원칙입니다. 비록 형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죄추정 원칙을 따르지만, 환경보건법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전예방주의 원칙을 따릅니다. 이 두 원칙은 각 법률이 목표를 추구하는 방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돕습니다.
사전예방주의 원칙의 중요성
도로를 건너기 전에 당연히 좌우를 살피는 것처럼, 사전예방주의 원칙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지침입니다. 미래에 어떤 위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건강이라는 지상의 가치를 두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우리가 미리 위험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까요? 사전예방주의 원칙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이 원칙을 기억하고, 실천하며, 보호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합니다.
글쓴이: 이동욱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더 읽어볼 자료들
미나마타시립 미나마타병 자료관, “미나마타병의 10가지 지식” (2001)
도야마현립 이타이이타이병 자료관, “이타이이타이병에 대해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 살균제참사 종합보고서” (2022)
심영규, 박정임, 환경보건 관련 법제도 수립의 기본원칙에 관한 고찰. 환경정책연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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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기사>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포름알데하이드
지난 기사에서 한 구독자께서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포름알데하이드에 관해 다루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해드립니다.
1. 포르말린(포름알데하이드 37% 수용액)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한강에 무단방출되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유독물질로 묘사되었습니다. 대중에게는 공포감을 주는 화학물질이죠. 포름알데하이드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류를 억제하기 때문에, 방부제나 소독살균제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리고 이 물질은 자극성과 알레르기성이 있으며, 부비동암과 백혈병을 일으키는 발암성을 갖는 물질이라는 것도요.
2. 포름알데하이드는 외인적 물질이며, 잘 분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체 내에서도 미량의 포름알데하이드가 자연적으로 생성되고(3ppm), 다양한 동식물에서도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검출됩니다. 그리고 자연계에 방출되면 쉽게 분해됩니다. 물론 체내에서도 축적되지 않고, 물고기나 동물의 몸에서도 축적되지 않습니다. 인체 내로 포름알데하이드가 흡수되면 포름산염으로 빠르게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며 반감기는 3.3시간입니다. 양식장에서 포름알데하이드를 사용한 경우 2-3일 정도 지나면 모두 배출되었다고 보고, 살포 후 2-3일이 지난 후에 출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3. 양식업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가 수산용 의약품으로 허가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양식장에서 포름알데하이드를 구충제로 쓰는 것은 합법적입니다. 다만 과거에 공업용 포름알데하이드(에탄올이나 메탄올이 섞여 있으며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가 사용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공업용 포름알데하이드는 의약품으로 허가된 포름알데하이드보다 30%정도 가격이 저렴하였습니다.
4. 의약품으로 허가가 되었더라도 포름알데하이드의 독성은 달라지지 않으므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포름알데하이드를 살포하는 노동자들이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노출될 수 있으므로 호흡보호구나 보호복 착용이 필요합니다. 간헐적인 작업이더라도 단기간 노출수준을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양식업의 경우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업주나 종사자들이 포름알데하이드의 독성과 관리방법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살포횟수와 시간에 따라 단시간 작업이거나 임시작업이어서, 또는 의약품으로 구분되므로 작업환경측정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위험성에 대한 판단에 따라 보건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규정 상의 해석에만 따라 판단한다면 말이죠.
5. 환경운동단체에서는 포름알데하이드를 양식업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포름알데하이드 대신 대안적인 구충제를 사용할 것을 주장합니다. 물론 더 안전하고 대안적인 구충제가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포름알데하이드 외 구충제로는 프라지콴텔만 사용되어 오다가 최근에는 페반텔, 펜벤다졸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나 포름알데하이드는 광범위한 구충 효과를 가지므로, 새로운 대안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상당기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양식업 노동자들은 꾸준히 포름알데하이드에 노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식업계 사업주와 노동자들을 만나신다면 적극적인 교육과 상담을 부탁드립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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